▲ 곽재구 시인이 지난 20일 땅끝순례문학관 시문학콘서트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 곽재구 시인이 지난 20일 땅끝순례문학관 시문학콘서트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시는 쉬운 언어로 깊고 신비한 세계를 노래하는 것"

해남의 예술혼·유적지 담은 산문 펴내
올해 순천 창작예술촌 1호 입주작가로 

 
 

곽재구(67) 시인은 틈만 나면 시를 쓴다. 산문집도 여럿 있다. 다산형(多産型)이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시를 모아 당장 10권의 시집도 낼 수 있다고 했다. 꿈속에서 쓴 시도 많다. 그가 말하는 시인은 이렇다. "시를 쓰는 시간이 하루 밥 먹고 잠자는 시간보다 많아야 한다. 8만6400초의 하루를 모두 시에 바치고 싶다. 3~4일에 한 번, 보름에 한 번 시를 쓴다면 C급이다. 또 시인은 쉬운 언어로 깊은 내용의 신비한 세계를 노래해야 한다."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은 곽재구 시인이 지난 20일 땅끝순례문학관 야외무대에서 열린 시문학콘서트의 마지막 순서로 초청 강연을 했다. 이날 '시가 꾸는 따뜻한 꿈' 주제로 2시간 넘게 진행됐다.

그가 해남과 맺은 인연은 꽤 깊다. 광주에서 교사로 몸담았던 고등학교를 그만둔 이듬해인 89년과 90년 두 차례 녹우당을 찾았다. 두 번째 방문에서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제240호)과 유물을 가까이 만났다. 공재 손녀의 아들인 다산 정약용의 혼이 밴 강진 다산초당도 찾았다. 시간의 차이에도 공간이 겹쳐지는 두 지식인을 테마로 '변혁기 지식인의 두 초상'이라는 산문을 썼다.

해남윤씨 종가인 녹우당(綠雨堂)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시대 정신이 깃들어 있다. '녹색의 비'는 바람에 떨어지는 은행잎을 묘사했다. 녹우당은 효종이 스승 윤선도에게 하사한 수원 집을 해남 연동으로 옮겨 지은 집이다. '땅끝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신비의 바닷길'은 광주에서 나주, 녹우당, 대둔사(대흥사), 미황사, 땅끝마을로 이어지는 여정을 담은 수필이다. 그는 녹우당에서 윤선도와 윤두서, 대흥사에서 초의 선사와 김정희 등 선인들의 예술혼이 스민 유적지를 소개하고 감회를 전달하고 싶었다.

곽재구 시인은 올해 초 낸 시집 '꽃으로 엮은 방패'의 의미를 소개했다. "방패는 우리의 삶에서 고통, 쓰라림, 분노 등을 막아내는 것이다. 시집에 실린 시가 아름다운 꽃으로 엮은 방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시집은 최근 10년간의 작품이 실렸다.

곽 시인은 광주일고, 전남대 국문학과, 숭실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서울 세노야'(1990),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1999). '와온 바다'(2012),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2019) 등이 있으며, '곽재구의 포구여행'(2002), '곽재구의 예술기행'(2003) 등 산문집을 냈다. 제9회 동서문학상(1997), 대한민국문화예술상(문학부문·2018)을 수상했다.

올해 초 21년간 몸담았던 순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정년퇴직한 후 지난 8월 순천시가 마련한 창작예술촌 1호인 창작실 '정와(靜窩)'에 입주했다. '고요한 움막집'이라는 뜻의 정와는 곽 시인이 지난 94년 고창 선운사에서 원교 이광사의 목판을 탁본해 보관해오던 것을 27년 후 집필실 판액으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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