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동거 배중손 사당 이전
마을 주민·종친회 적극 나서

▲ 18일 진도 굴포리에서 열린 윤고산 사당 당제에서 참석자들이 사적비 제막식을 갖고 있다.
▲ 18일 진도 굴포리에서 열린 윤고산 사당 당제에서 참석자들이 사적비 제막식을 갖고 있다.

진도 굴포리에 있는 고산 윤선도 선생을 기리는 사당이 완전 복원돼 역사 되찾기는 물론 소중한 해남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굴포리 인근 마을 주민들과 해남 윤씨 종친회 등이 참여한 윤고산 사당 당제보존위원회는 18일 굴포리 현지에서 '윤고산 사당 당제 제막식'을 가졌다.

고산 윤선도 선생은 기근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위해 1650년 굴포리 지역에 높이 3m, 길이 380m의 방조제를 쌓아 100ha의 농지를 조성한 다음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농사를 짓게 했다. 이후 진도 굴포, 남선, 백동, 신동 등 4개 마을 주민들은 이 곳에 사당을 세우고 조상 대대로 매년 정월 대보름에 은공을 기리고 풍년과 풍어를 기원하는 감사제와 당제를 지내왔다.

그러나 지난 1999년 삼별초 지휘관인 배중손 장군을 기린다며 지역 유지들이 같은 장소에 배중손 사당을 짓고 동상을 세워 불편한 동거를 해왔으며 마을 주민들과 윤씨 종친회 등이 역사 왜곡이라며 반발, 소송까지 진행해 법원 조정을 통해 2003년 배중손 사당 이전에 합의했다. 이후 이전이 진행되지 않다 전남도와 진도군이 예산 5억 원을 마련해 18년이 흐른 올해 배중손 사당이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됐고 비로소 고산 사당이 제 모습을 찾게 됐다.

마을 주민들과 종친회에서는 그동안 모금운동을 벌여 고산 선생을 기리는 사적비와 시비를 사당에 새로 건립하고 방조제 인근에는 윤 고산둑임을 알리는 안내판 등을 세웠으며 18일 사당이 복원된 것을 기념해 이날 당제 제막식을 갖게 됐다.

이번에 세워진 사적비와 시비에는 이 같은 과정과 고산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내용들이 그대로 담겨 역사적 의미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고산 윤선도 선생 굴포 사적비, 시비 건립추진위원장인 어초은공 19대 종손 윤성철 씨는 "고산 선생의 방조제는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된 민간 1호 방조제로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사상이 담긴 역사적 의미가 큰 자산이다"며 "뒤늦게나마 역사를 되찾고 사당이 복원돼 기쁘며 앞으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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