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위치에 관광객 발길 외면
흥미 없는 전시로 사실상 실패
어린이 체험공간 탈바꿈 시도

▲ 조류생태관에 입장하기 전 올라야 하는 계단이 75개에 달한다.
▲ 조류생태관에 입장하기 전 올라야 하는 계단이 75개에 달한다.

해남공룡화석지 내 위치한 조류생태관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접근성 개선이 숙제가 되고 있다. 특히 조류와 상관없는 장소에 건물이 들어서 있고 흥미를 끌지 못하는 패널전시에 그치는 등 차별화된 전시물도 없다 보니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해남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어린이 과학체험공간 확충 사업에 선정돼 20억 원을 투입, 공룡을 주제로 한 어린이과학관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사업이 추진되면 사실상 조류와 관련된 전시물들이 대부분 사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조류생태관이란 이름부터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류생태관은 지난 2003년 18억 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됐다. 하지만 찾는 이 하나 없이 방치돼 오다 2010년 또 다시 20억 원을 들여 보강공사를 실시했다. 황새알의 부화 모습을 상징화해 외관을 디자인하고 갯벌과 조류 등에 대한 설명패널이 전시됐다.

지난 2016년에는 세계적인 희귀조류인 붉은이마앵무를 들여오고 야외에 119㎡ 규모의 조류생태체험장을 조성해 수백 마리의 새를 입식했다. 또한 천연기념물 박제 칡부엉이 외 10종 12마리, 조류 모형 캐릭터 포토존, 전망경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체험공간이 없고 전시물도 흥미를 끌지 못하며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특히 공룡박물관과 공룡발자국 화석을 답사하는데도 많은 시간과 운동량이 필요하다 보니 공룡화석지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조류생태관까지 관광객의 발길을 유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조류생태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십 미터의 가파른 경사로를 걷고 75개에 달하는 계단을 올라야 하며, 겨우 올라온 관광객들도 볼 것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찾은 조류생태관은 몇몇 패널전시물은 떨어져 나가 있으며 박제된 새에 대한 설명이 적힌 명찰은 글씨가 작아 잘 보이지 않거나 일부는 거꾸로 돌아가 있는 상태였다.

조류생태관은 별도의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으며 방문객 통계도 내지 않아 정확한 방문객수도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남군은 공룡화석지를 찾은 관광객 30% 정도가 조류생태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올해 조류생태관과 관련된 예산은 조류생태관 및 체험장 시설물 유지관리비 800만원, 운영요원 인건비 2500여만원, 조류 모이 및 톱밥 960만원 등이다.

군이 조류생태관을 국내에서 유일한 공룡을 주제로 한 어린이 과학체험장으로 탈바꿈하더라도 접근성 개선이 담보되지 않으면 이용률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19억6000만원(국비 9억8000만원, 군비 9억8000만원)이 투입되는 어린이 과학체험장은 야외에는 공룡놀이터를 조성해 아이들이 활동적으로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내부에는 공룡의 생태와 과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몰랐지 용(생태체험존)', '구해줘 용(신체놀이존)', '놀라워 용(호기심탐구존)'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설계 중에 있으며 내년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과학체험공간으로 탈바꿈되면 공룡박물관과 연계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조류생태관까지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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