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는 미남이 있다. 세 돌을 갓 넘겼다. 두 돌과 세 돌을 맞이할 때 홍역을 치렀다. 홍역의 사전에는 '두 번'이란 없는데, 미남은 벌써 두 번의 홍역을 치러냈다. 코로나19라는 역병이 걸음마 단계에서 연거푸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올해로 세 번째 맞은 해남미남축제가 '해남에서 맛나요'라는 주제로 지난 주말 두륜산도립공원 일원에서 사흘간 펼쳐졌다.

'미남'이라는 이름을 두고 여전히 말들이 오간다. 한쪽에서는 '미남'이 당최 와닿지 않고 낯설다고 한다. 하기야 1년에 한 번 만나는 미남이 이제 고작 세 번째인데 그럴 만하다는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남(味南)은 '맛의 해남' 정도로 풀이되는 조어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농군(農郡)인 해남의 농특산물을 식재료로 삼아 다양한 맛을 개발하고 알려보자는 취지이다. 미남은 '잘생긴 남자'(美男)를 뜻하는 말이어서 생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먹거리나 맛, 음식 등 착 달라붙은 이름으로 바꾸자는 의견도 나온다. 한 번 지은 이름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을 뿐더러 반드시 옳다고 할 수도 없다.

다른 한쪽에서는 단어의 억지성이 있더라도 풍부한 상상력을 던져보는 맛이 있다고 말한다. 이 또한 나름의 일리가 있다. 다소 더디더라도 미남이 맛나다고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보다는 축제 내용을 알차게 꾸미는 게 중요하다. 축제는 잔치이다. 잔치는 흥이 나야 한다. 흥을 돋우는 축제가 되려면 주인이나 손님 모두가 마음의 벽을 허물고 함께 즐겨야 한다. 즐기는 마당에서만큼은 주객전도(主客顚倒)가 흉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해남미남축제의 주인은 곧 해남군민이다. 주인은 어떻게 준비해야 흥이 나는지 여러 궁리를 한다. 주인이 저편에서 남의 잔치 보듯, 먼 산 쳐다보듯 한다면 그 꼴이 말이 아니다. 미남축제 준비 과정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온다. 정작 주인은 구경꾼이 되어버린, '그들만의 잔치'로 흘러갔다는 불편함이다.

여기서 '그들'은 잔치를 주도한 해남군이나 추진위원회 등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짜는 과정에서, 그리고 잔칫날에 주인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볼멘소리일 수 있다. 이런 쓴소리는 미남축제의 방향타로써 달게 새겨들을 만하다. 관 주도의 잔치는 자칫 이벤트성으로 흐를 가능성이 짙다. 미남축제가 해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잔치가 되려면 군민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즐겁게 참여해야 한다. 여기에 초점이 맞춰지면 민간 주도형의 길을 밟아야 한다. 군이 당장은 앞에서 이끌어야 할지라도 차츰차츰 뒤에서 밀어주는 자리바꿈을 해나가는 게 바람직스럽다.

이번 미남축제는 코로나19의 방역조치에 따라 여러 제약이 불가피했다. 참여 인원이 제한되고 맛을 보기 힘든 잔치가 된 것은 어쩔 수 없다. 성공 여부를 논하는 자체가 억지일 수 있다. 흔히 축제의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로 관람객 수나 지역경제 효과를 들이댄다. 여기에 너무 함몰되지 말아야 한다.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을 즐길 수 있으면 성공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 해남이 떠들썩하게 즐기면 울타리를 치더라도 여기저기서 찾아온다. 그러려면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남달라야 한다. 해남사람이 즐기고 화합하는 잔치마당이 되는 게 우선이다. 그게 또한 해남미남축제가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다. 걸음마 단계에서 시행착오는 당연하다.

달고 쓴 여러 의견을 귀담아듣고 이를 피드백 삼아 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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