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은 시련을 이겨내는 어머니 품이자 생명의 원천"

유년기와 해남중 시절 솔직담백하게 담아
오늘 출판기념회… 출간 1주일 만에 재판

 
 

"땅끝 해남은 어린 시절의 나를 단련시키고, 시련이 닥칠 때면 이겨낼 힘을 주었던 곳이다. 앞으로도 언제든 내가 안길 수 있는 넓은 어머니의 품 같은 곳이다. 히말라야를 겁 없이 갈 수 있었던 힘은 어린 시절 뒷동산을 오르던 기억과 경험에서 나왔다. 해남은 내 생명의 원천이고, 앞으로 살아갈 힘의 뿌리가 될 것이다."

해남 출신인 김병진(55) KBS PD가 향수와 고향을 담아낸 자전적 에세이집 'PD가 된 땅끝 소년'을 펴냈다. 저자는 태어나고 자란 옥천 용동마을의 이야기와 고향을 향한 애정, 두메산골을 벗어나 자취를 하면서 보냈던 해남중학교 시절의 애환을 담백하게 그려냈다.

지난달 말 출간된 에세이집은 264쪽 분량으로 '해남 용동(龍洞)리 산골-동막골보다 깊은 동네', '촌놈의 별스런 이야기-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산골의 동물들-너희들은 친구이자 가족이야', '소년과 농사일-거머리가 물었다', '읍내로 간 산골 소년-참새의 힘겨운 날갯짓' 등 5개 단원에 걸쳐 모두 40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원마다 사진가이기도 한 저자가 고향을 방문해 찍은 사진을 흑백톤으로 배치했다.

30편은 유년시절 산골마을 이야기를 적었다. '싸리비', '전기 들어오던 날', '빵차', '소죽', '이삭줍기' 등은 요즘 접해보기 힘든 옛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냈으며 고향과 옛친구의 정감이 듬뿍 담겼다. '해남 물감자' 편에서는 특산물인 해남 고구마를 정겹고 맛스럽게 표현했다.

나머지 10편은 해남읍내 중학 시절을 담아냈다. '교복' '자취' 등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느낀 문화적 충격과 나뭇불을 때며 밥을 하고 한겨울 추운 방에 떨면서 잠자던 이야기, 불량 학생들에게 고통받은 애환도 그렸다.

저자는 책에서 "방송국 PD가 된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해남에서 왔다는 것만으로도 개천에서 용이 난 거라며 놀리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쓰러져가는 초가집에서 힘들게 농사지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창피했던 그 일은 어느 순간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됐다. 방송국 입사나 워싱턴 D.C.에 간 것도 용동분교 뒷산에서 꺾어 만들었던 싸리비의 힘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산골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글을 통해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글을 쓰면서 수없이 울고 웃었다. 비슷한 삶의 사람들에게 향수를 주고 그렇지 못한 젊은이나 도시인들에게는 원시에 가까운 전원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보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가 박범신은 추천사를 통해 "어스레한 해남 산골에서 문화의 한낮인 여의도(KBS)까지 오는 길이 어찌 순풍에 돛단 듯하기만 했겠는가. 그의 수필은 정직하고 질박하며 다감하다. 자기 직분에 성실한 건 근본적으로 선근(善根)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했다. 추천사를 쓴 박범신 소설가,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프로그램 '희망원정대'에서 저자와 맺은 인연을 끈끈하게 이어오고 있다.

지금도 고향을 자주 찾는 김 PD는 옥천 용동분교와 해남중(36회), 광주 광덕고,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94년 KBS에 입사했다. KBS 라디오의 대표 시사 프로그램인 '안녕하십니까, 봉두완입니다'를 시작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주노, HOT의 강타 등 청소년 음악·오락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연출했다. 지금은 '소설극장' '심준구의 세상보기'를 연출하고 있으며 재경광덕고 총동문회장, 재경광주전남고교연합회 수석부회장, 한국콘텐츠학회 부회장, 한국사진학회 운영위원, 호남미래포럼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 고산 윤선도 유적지 녹우당 사랑채 마당에서 해남의 인문 정신을 내용으로 '이주향의 인문학콘서트'를 열었으며, 올해 '한국수필' 10월호에 '돼지 이야기', '초가집'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수필가로 등단했다.

한편 'PD가 된 땅끝 소년'의 출판기념회는 12일 오후 6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리며, 이 책은 출간 1주일 만에 재판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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