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남고구마라는 공동브랜드와 지리적표시제 마크가 붙어있는 해남고구마 판매 박스.
▲ 해남고구마라는 공동브랜드와 지리적표시제 마크가 붙어있는 해남고구마 판매 박스.

|싣는 순서|
① 김·고·배, 해남 대표 특산품의 현주소
② 제자리 걸음에서 도약이 필요한 김고배
③ 다른 지역 선점, 김고배 브랜드와 축제 왜 필요한가
④ 우리는 브랜드화, 축제 이렇게 성공했다
⑤ 김고배 브랜드화, 축제 어떻게 할것인가

 

명성에도 겉도는 지리적표시

 
 

지리적 표시제는 농수산물과 그 가공품의 명성이나 품질 등이 특정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특정 지역의 특산물임을 국가에서 인증해주는 제도이다. 지식재산권 확보와 함께 별도의 '등록마크'를 용기에 표시할 수 있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원산지 증명과 고품질 인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역사성과 지리적 특성, 품질 등을 인정받은 상품들만 등록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보성녹차를 시작으로 농산물 110개와 수산물 26개가 등록돼 있다. 해남 김(수산물 18호)과 고구마(농산물 42호), 겨울배추(농산물 11호)는 모두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돼 있다. 이미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그 자체가 브랜드인 셈이다. 예를 들어 해남고구마는 종자와 재배지, 수확 후 관리까지 생산기준을 준수해야 하고 이를 통해 지리적표시 인증마크가 첨부된 포장재를 통해 '해남고구마'라는 공동브랜드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지리적 표시제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면서 그 의미가 겉돌고 있다. 특히 현행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는 생산기준 준수 여부와 상관없이 등록지역에서 생산하기만 하면 지리적표시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해남농수산물의 명성을 도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해남고구마의 공판장 시세는 영암고구마보다 10kg 박스당 최고 1만원까지 낮게 형성되어 있다. 그 원인으로 생산농가들은 해남에서 생산되는 저질품이 해남고구마라는 이름으로 공판장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간 유통회사가 해남고구마를 대량으로 수매한 뒤 품질이 좋은 상품은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은 헐값에 공판장으로 넘기면서 공판장을 찾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해남고구마는 품질이 떨어지고 그래서 가격이 싼 것으로 인식하게 하고 있는데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며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유통회사들은 대형마트 등에서 가격을 올려 받고 공판장에서 가격이 떨어진 것을 빌미로 생산농가로부터 싸게 납품을 받아 이익을 챙기는 구조이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피해는 생산농가에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고구마뿐만 아니라 김과 배추도 지리적 표시제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이를 판매에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브랜드 조례제정 필요

지리적 표시제라는 강점을 안고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리적표시 자체가 품질과 역사성을 인정받은 만큼 해남군이 예산을 투입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지원하며 판매에 활용해야 한다. 그 자체만으로 이미 브랜드이기 때문에 사실상 브랜드를 새로 개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전제는 해남 농수산물의 명성이 도용되지 않도록 제도 정비가 따라야 하는데 이에 따라 '지리적표시 사용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법 개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지역특화산업의 개발과 육성지원에 해당하는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만큼 해남 자체적으로 조례를 제정해 지리적 표시제 보호에 나서자는 것이다. 

(사)해남고구마생산자협회 박진우 사무국장은 "생산기준을 지킨 상품에 한해 지리적표시 명칭을 사용하도록 조례를 제정해 생산기준을 지키지 않은 저질품이 지리적표시 명칭의 명성을 도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해남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이 상호에 '해남'을 끼워놓고 원산지가 불분명한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도 이어지고 있어 해남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도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시대의 지역축제 진화

코로나19 사태 속에 지역축제는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사람을 대규모로 모으고, 먹고 마시고 가수를 불러 떠들고 하는 낭비성 전시행사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됐다. 반대로 온·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해 가족체험이나 소규모 행사로 특화하고 오프라인 판매보다는 온라인 판매에 치중하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충북 괴산군의 김장축제는 가족 단위 참여객을 위해 1가족 1텐트를 제공해 김장을 담근 뒤 집으로 가져가는 체험형 축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도 사흘간 축제기간 주요 행사에 참가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11월 한 달 동안 괴산군 13개 체험농가에서 김장체험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온라인 축제로 펼쳐진 경북 영덕군의 대게축제는 주민주도형 참여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게 복장으로 많은 주민들이 모여 같은 동작과 율동을 선보이는 대게 플래시몹 경연대회는 9개 읍면에서 각 주민들이 참여해 경연대회 형태로 꾸며졌다. 또 축제 기간에 유튜브 채널을 통해 9개 읍면이 하루씩 참여해 읍면별 관광지와 문화를 소개하고 특산품을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했다. 

여러 가지 변화와 논란 속에서도 지역축제가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지역축제가 갖는 순기능이 크기 때문이다. 지역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기본 취지 외에도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생산농가들에게 자긍심을 주고 자신이 주최가 되고 참여하고 있다는 사회적,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게 된다. 그래서 상당수 자치단체는 해당 도시의 특산물을 대상으로 축제를 열고 있고 지원은 하되 관련 생산자 단체에 모든 행사를 맡기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도 한다.

해남은 오는 12~14일까지 삼산면 도립공원 잔디구장 일원에서 해남미남축제를 개최한다.

해남의 농수산물인 배추, 고구마, 김, 전복을 활용한 요리를 주제로 전국요리경연대회를 비롯해 해남미소 실시간 소통판매(라이브커머스), 미남축제 버스킹 등이 진행되고 미남도시락과 주전부리 판매관을 비롯해 김치·막걸리 만들기 체험관 등이 운영된다. 국화와 단풍을 만끽하는 땅끝 꽃 축제가 행사장에 함께 펼쳐져 색다른 풍경도 선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남축제가 먹고 떠들고 즐기는 행사일 수 있지만 과연 생산자를 위한, 생산자가 주도하는 행사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3대 축제로 주말장터 고려

괴산군은 지역 특산품인 고추, 배추(김장축제)와 함께 내년부터 대학찰옥수수를 합쳐 3대 축제를 계절별로 추진할 계획이다. 3대 축제를 잇따라 열어 농산물을 집중 홍보하고 판매는 물론 관광 활성화 등 소득관광형 축제로 이어나갈 예정이다. 

▲ 장흥 정남진토요시장의 모습과 시장 내 한우판매장(아래).
▲ 장흥 정남진토요시장의 모습과 시장 내 한우판매장(아래).
 
 

장흥에서는 장흥토요시장에서 지난 2005년부터 매주 토요일 주말장터를 열고 있다. 토요시장은 계절별 특산물을 판매하고 먹거리·볼거리·놀거리 등 맛있는 음식과 다채로운 체험행사로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시장 한쪽에는 청년상인 점포가 모여 있고 시장광장에 마련된 공연장에서는 시간에 맞춰 흥겨운 공연무대가 펼쳐져 젊음의 활기도 느낄 수 있다. 

해남은 현재 미남축제가 있지만 해남의 특산물인 김과 고구마, 배추와 관련한 단일 축제는 없는 실정이다. 예전 같지 않은 명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산농가들에게 자부심을 부여하고 해남의 특산물을 집중 홍보할 수 있는 축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축제는 예산을 많이 투입하는 거창한 축제로 진행할 필요가 없다.

또 김과 고구마, 배추의 경우 10월과 11월로 생산이나 수확시기가 이어지는 만큼 가족체험 위주의 소규모 축제와 농가참여형 축제로 김고배 축제를 연이어 열거나 하나의 상품화를 통해 통합 축제를 여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그리고 이후 미남축제를 연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될 수 있다.  

최근 우수영에 스카이워크와 해상케이블카 개통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만큼 이곳에 장흥 토요시장 규모는 아니더라도 상설 주말장터를 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국배추생산자협회 김효수 회장은 "우수영이나 대흥사 등 인근 관광지와 연계해 주말 상설장터를 열어 생산농가나 각 읍면이 참여한 가운데 해남의 특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은 물론 해남의 문화와 공연, 젊음의 거리를 곁들인다면 생산농가들의 소득창출과 관광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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