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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수성황은희(목포대 강사·해담은3차아파트 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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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1.05  20: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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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떤 코미디 쇼보다 더 재밌었는데 끝나서 아쉽다는 웃픈 댓글이 많았던 국민의힘 대선 후보 토론회가 끝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대통령이 되려고 나온 사람들의 토론 내용은 저질이었고 그들의 말은 저급했다. 정책토론이 아닌 타 후보나 이미 정해진 다른 당의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조롱의 말뿐이었다. '제발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품격 있게 정제된 언어로 말해 봐.' 혼잣말을 몇 번이나 내뱉었는지 모른다. 매번 굳이 찾아서 봤는데 내내 부끄럽고 화가 나는 것은 시청자만의 몫이었을까. 그런 사람들이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라는 사실 자체가 국민으로서 무시당하고 조롱받는 느낌이다. 

문득 '언어를 강의하는 사람들이고 언어는 인문학 분야인데도 정작 전공 관련 논문만 읽느라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없어 우리는 얕은 전문가'라는 신세 한탄조의 말을 동료와 나눴던 기억이 떠올랐다.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대선 후보자들을 얕은 전문가라는 같은 급으로 매칭시켜 동병상련을 느꼈기 때문일까.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강요한 소통과 관계의 왜곡 또는 단절의 시간을 겪어내고 있다. 팬데믹 코로나는 우리에게 삶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이 더욱 필요한 시기다.

동아리 '영어그림책 읽는 어른들'은 해남 평생학습관의 평생학습 동아리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 동아리는 영어 그림책을 매개로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시킴을 목적으로 하는데 얼마 전에 비대면으로 브리타 테켄트럽(Britta Techentrup)의 빨간 벽(Little mouse and the red wall)을 함께 읽었다. 그 내용은 대충 아래와 같다. 

'아무도 주목하는 것 같지 않은 커다란 붉은 벽이 있었다. 그것이 어떻게 거기에 생겼는지도 모르는 벽이었다. 그러나 꼬마 생쥐는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기에 겁 많은 고양이. 늙은 곰, 행복한 여우, 포효를 잃어버린 사자에게 물어봤다. 밖이 위험하니까 지켜주기 위해서라거나 벽이 오랫동안 거기 있어서 삶의 일부분이 되었으니 궁금해하지 말라거나 벽 너머에 있는 것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있는 대로 받아들이며 행복하게 살라거나 벽 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사자의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꼬마 생쥐는 담 너머의 세상이 궁금했다. 어느 날 빛깔 고운 파랑새가 벽 너머에서 날아왔고 꼬마 생쥐는 파랑새를 타고 벽을 넘어 상상도 못하던 색색 가지 이름다운 세상을 만나러 갔다. 친구들에게 벽 너머의 아름다운 세상을 알려주기 위해 돌아오는 길에는 벽이 보이지 않았다.' 

동아리 회원들은 살아오면서 각자의 벽은 무엇이었으며 그 벽을 넘도록 도와준 파랑새는 누구 또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솔하게 대화를 나눴는데 이런 시간과 대화가 쌓여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함께 살아갈 방법을, 그리고 방향을 배워가는 것 같다. 인문학 부재의 시간과 공간에서 이런 기회를 갖는 것은 행운이다. 이런 행운을 많은 군민들이 누렸으면 좋겠다.

해남군도 평생학습관, 문화예술회관, 공공도서관, 문화원, 청소년누림센터 그리고 늘찬배달 등에서 군민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를 많이 열고 있다. 읍에 치중되어 있다는 한계는 있지만 참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인기 있는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강좌가 많이 개설되어 있는데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디지털 방식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아날로그의 감수성을 갖고 있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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