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간 잠든 해남청자 재현 실용화 선구자 

4대에 걸친 도예가… 해남 녹청자 정립 기여
고유브랜드 완성 단계… 내년 서울서 재현전

"땅끝 해남에서 전통도예 명맥을 이어가면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번 수상이 전통문화 예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되고 저에게는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황산면 연호리에서 화원요를 운영하는 정기봉(64) 도예가가 지난 26일 서암문화재단(이사장 권영열)이 제정한 제11회 서암전통문화대상을 수상했다.

재단은 한국화, 국악, 한국무용 등 전통문화 부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예술인을 매년 한 명 선정해 3000만 원의 상금과 상패를 수여하고 지속적인 후원도 하고 있다.

1회 악기장(匠) 이춘봉 씨를 비롯해 그동안 한국화가 박문종·박종석 작가, 거문고 연주자 유소희 씨. 명창 윤진철·주소연 씨, 한국무용가 서영·공진희 씨 등이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재단은 이건무 전 문화재청장 등 전문가들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심사한다.

서암문화재단은 금속공작기계 전문기업인 화천그룹이 고 권승관 창업자의 유지에 따라 호남지역 전통문화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위해 지난 2010년 설립돼 전통문화대상을 비롯 장학사업과 공연 및 전시 지원, 학술 및 연구 지원을 하고 있다.

심사위는 전남도 공예명장 1호인 정 씨가 3대째 가업을 이어가며 해남청자의 계승과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영호남 도자기 교류를 이끌며 공예문화 저변 확산과 후학 양성에 힘쓰고, 이론·실기를 겸비한 창작 활동으로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정 씨는 지난 86년부터 황산 연호리에서 화원요를 운영하며 해남청자 재현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조부, 부친에 이어 아들 부부도 이천 도예단지와 해남을 오가며 청자 재현작업을 하는 등 4대가 도예의 길을 걷고 있다.

정 씨는 무균열 태토를 이용해 작품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해남 녹청자 및 철화 녹청자 연주용 장고를 재현했다. 특히 해남 녹청자 특성을 분석하고 재현에 관한 연구논문을 발표하며 해남 녹청자의 도자사(陶磁史) 정립에 기여했다.

그에게는 일관된 꿈이 있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해남청자의 고유브랜드를 완성하는 것이다. "해남에서 생산되는 원부자재와 전통기법으로 1000년간 잠들었던 해남청자를 재현하고 실용화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연말 서울에서 해남청자 재현전을 가진데 이어 내년에 다시 서울과 해남에서 재현전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그동안 개인전 5차례, 중국·일본·호주 등 국내외 초대전에 10차례 이상 참여했다.

또 전국공예품대전 국무총리상(1998년)을 비롯 전남도 미술대전 대상(2008년), 대한민국 도예공모전 대상(2015년), 대한민국 청자공모전 최우수상(2018년) 등 모두 12차례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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