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한 달 살기' 열풍이 뜨겁다. 귀농 안착의 필수코스로 삼는 이, 코로나 피신의 수단으로 삼는 이, '한 달을 살아도 다르게'라는 여행 트렌드를 즐기는 이 등 다양하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교육체험농장 등 민간분야의 프로그램도 있다.

심지어 제주도에서는 코로나 불황을 벗어나려는 펜션 등 여행업의 상품으로도 등장한다. 한 달 사용료가 38만 원이라는 광고를 쉽지 않게 검색할 수 있다. 매일 업로드하고 있는 제주에서 한 달 살기 블로그도 인기가 많다. 특히 퇴직자들이 '쉼'을 위해 몰려들고 있다.

두 달 전 가족단체 SNS에 딸 가족이 장성군에서 운영하는 '한달살기' 프로그램 전 단계인 2박3일 살아보기에 선정돼 한옥체험을 하고 있다고 사진 수십 장을 올렸다. 곧 어렵게 선정된 한 달 살기에 들어간다며 들떠 있었다. 아빠와 잔디마당에서 비눗방울 놀이에 즐거워하는 세살배기 외손자의 표정에서 이 프로그램의 열풍이 짐작된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세살배기가 아파트에 들어가면 쿵쿵거리지 마라, 악 지르지 마라 등 할 수 있는 것보다 하지 마라는 것이 많은 공간에 갇히게 되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전남도는 농촌형, 청년형, 여행형 등 3가지 테마로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와 한 달 동안 전남 여행하기를 운영한다. 전남지역 한 곳에서 한 달간 머물며 현지인의 삶에 녹아들어 일상의 즐거움을 느끼는 귀농 사전 적응과 여행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농촌형에는 17개 시·군 30개 마을이 선정됐으며 참여자들은 농가에 머물면서 다양한 귀농·귀촌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남도 한 농가가 포함됐다 한다. 팜파티, 마을 일손돕기, 지역 둘러보기, 주민과의 간담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체류 기간 숙박비는 전액 무료에 체험비도 지원받는다. 식비·교통비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전남이 아닌 다른 곳에 사는 39세 이하 청년들만을 위한 청년형도 인기가 많고 기대효과가 크다. 순천은 한 달간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며 순천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지역에서의 성공기회를 찾도록 지원하는 '마이웨이', 원도심 빈집을 리모델링한 청년 쉐어하우스에서 머물며 다양한 문화·예술을 공유하는 '청년행복캠프'를 운영한다. 폐교 관사와 빈집을 리모델링한 고흥과 영광의 청년 지원프로그램도 있다. '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 프로그램은 지역 문화예술과 역사자원 콘텐츠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며칠 전 민간 교육농장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귀농 예정자들이 스마트팜을 견학하기 위해 바나나 하우스를 찾아왔다. 첫 번째 참가자들은 퇴직자 위주였지만 두 번째 참가자들은 대부분 청년이어서 놀랐다.

해남에는 '한 달 살기'에 5가구 7명이 내려와 있지만 전남도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수준이다. 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에 참여한 10개 팀 22명도 마찬가지다. 전남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울에서 전남으로 유학 온 초등학생들도 매년 늘어가고 있다. 해남만의 독창적인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늘어가고 SNS를 통한 노출면을 늘려 가면 해남의 인지도가 상승할 것이며 지역 호감도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관광관련 포럼에서 한 발표자가 제시한 해남의 지역 호감도 순위를 보고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 군민은 없을 것이다.

수 차례 제시했지만 귀농정책이든지, 관광정책이든지 해남의 하드웨어는 부족하지 않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분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자원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브랜드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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