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패널 아래 논농사 지어
수확 줄었으나 소득은 높아져

 
 

| 싣는 순서 |

① 해남을 뒤덮는 신재생에너지
② 태양광 발전 영농형으로 농촌 설치 유도
③ 육상부터 해상까지 풍력 발전의 위협
④ 친환경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거창군
⑤ 시민들 모여 태양광 발전 나선 안산시

 

 

▲ 보성농협 문병완 조합장이 영농형 태양광이 설치된 논에 모내기를 하고 있다.
▲ 보성농협 문병완 조합장이 영농형 태양광이 설치된 논에 모내기를 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 아래 논농사 지어
수확 줄었으나 소득은 높아져

농촌의 인구는 고령화되는 추세로 소멸 우려까지 낳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바람은 농어촌 곳곳에 발전 시설이 지어지며 들녘을 침범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줄이려는 방안으로 아래엔 농사를 짓고 위에선 태양광 발전을 하는 영농형 태양광이 등장했다.

보성군 보성읍 후암리에는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1호가 있다. 논에는 노랗게 익어가는 벼가 자라고 있고 그 위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이곳의 주인은 보성농협 문병완 조합장으로 지난 2019년부터 벼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하고 있다.

문 조합장은 매년 등락을 반복하는 농산물 가격과 쌀 과잉생산, 농업소득 감소 등 농촌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왔다. 농촌 주민들은 농업소득이 안 나오니 농사를 포기하고 외지인에게 땅을 팔고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태양광 발전 시설이 농촌으로 급속히 파고 들어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었다. 식량안보를 위해 중요한 농지는 훼손되고 있어 대안이 필요했다.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고 앞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으로 나아가야할 방법을 찾던 중 영농형 태양광에 관심을 갖게 됐다. 논 농사를 지어왔고 조합장이 아닌 농업인의 한사람으로서 내가 먼저 검증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논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세웠다.

농업보호구역인 농지를 잡종지로 변경해 2867㎡(869평) 부지 중 2145㎡(650평)에 99.7㎾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다. 설치비용은 정부 정책자금으로 1억5000만원을 대출받고 자부담 4600만원을 더해 1억9600만원이 들었다. 영농형 태양광과 비교하고자 인접부지에 일반 태양광 시설도 설치했다.

▲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논과 차밭. (아래쪽)
▲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논과 차밭. (아래쪽)
 
 

태양광 시설이 벼농사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기둥 간격과 높이를 충분히 벌려 농기계 이동이 원활하게 설치했다. 태양광 패널로 인해 벼 수확량은 기존보다 10~20%가 감소했지만 전기발전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는 지난 2019년 8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12만7367㎾의 전기를 생산했으며 1276만8000원의 순수익을 거둬 벼 소득 141만원을 더하면 총 1417만8000원의 수익을 올렸다.

문 조합장은 농지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 활동을 위해서 영농형 태양광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지난 2년간 태양광 발전으로 매월 100만원의 고정 수익이 나오면서 같은 면적에서 벼농사할 때보다 높은 소득을 얻었다. 기존 농지를 유지하고 농사를 지으며 고정수입이 발생하는 것은 농업인이 농사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농촌과 농업인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고령화되고 청년들의 외면도 있지만 농업으로 얻는 소득이 낮아 포기하는 점도 크다. 문 조합장은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어 기본소득이 갖춰지면 농업은 지속 가능해지고 무분별하게 농촌을 훼손하는 태양광 시설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농업인 위한 제도 개선 필요
일부선 농업 지속 어려울 것

일부에서는 농업 수익보다 태양광 발전 수익이 많으면 농업은 지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업문제를 농업에서 해결할 방안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또 농업인의 대부분이 임대농으로 영농형 태양광이 돈이 된다면 땅 주인들이 임대보단 자신들이 태양광을 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 조합장은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 100㎾ 미만의 영농형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만들고 농지 지목 변경 없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모든 논에 영농형 태양광 시설을 짓자는 것이 아니라 전체 농지 중 일부만 실제로 그 땅에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인들이 주인이며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년간 실제로 농사도 짓고 전기도 생산해보니 손익구조가 농사만 할 때보다 좋은 것은 사실이다"며 "초기 투자비에 대한 원금, 이자 상환 등을 포함하더라도 매월 100만원의 순수익이 발전 시설에서 나와 농업인의 기본소득에 도움이 되고 농지도 보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농지법에는 농촌진흥구역 내 농지는 일부 염해 농지만 최장 20년 동안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아니면 문 조합장처럼 잡종지로 전환하거나 농지 지목을 유지하면서 최장 8년까지 일시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은 정책자금을 받는다고 해도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이를 소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오랜 기간 운영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승남 국회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을 중심으로 농업진흥지역에도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됐다. 개정안은 영농형 태양광 시설과 시범단지를 토지이용 행위 제한 구역인 농업진흥구역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시설의 사업기간 보장을 위해 타 용도 일시 사용 허가 기간을 8년에서 20년으로 보장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성에 위치한 전남도농업기술원 차산업연구소에서는 녹차밭 상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실증재배에 나서고 있다. 반음지성 식물인 녹차는 차광막을 씌우거나 그늘을 만들어 주는데 이를 태양광 패널이 대신해 차산업연구소 연구결과 일반 노지 녹차밭에 비해 실증재배 녹차밭의 엽층 높이가 40%가량 높고 피해율은 절반 이하였다. 또 패널 하부의 첫물차 수량은 일반 노지보다 21%가량이 많았다.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농업계의 반응은 아직 좋지만은 않다. 결국 농사지을 땅을 빼앗기고 있는 농업인들에겐 새로운 대안으로는 다가오지 않는다. 농업인이 아닌 사람들이 농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온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터뷰| 문병완(보성농협 조합장)

"농사도 짓고 탄소중립에 기여"

 
 

- 영농형 태양광에 관심 갖게된 계기는.

"전국RPC협의회장을 할 때 쌀이 남아도니 생산 조정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타 작물 지원사업도 그렇고 장기적인 안목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춘 농업 정책만 나왔다. 신재생에너지 붐으로 업자들이 시세보다 비싸게 땅을 산다고 하니 땅을 다 팔아버리고 외지인들의 유입이 늘었다. 정부는 탄소제로를 목표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계획이고 그 결과는 농지를 훼손하는 것일텐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다 영농형 태양광을 해보기로 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조합장이 아닌 농업인의 한사람으로 검증해봤다."

- 영농형 태양광 운영에 고려할 사항은.

"예측하기 어려운 농산물 가격과 매년 늘어나는 생산비는 농업인들이 농사를 계속해서 지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농업인 당 소형 발전 시설을 영농형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면 기본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은 중요한 사항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를 보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한 농업 경쟁력 제고와 태양광 시설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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