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도(충남대 명예교수, 전 대통령직속농어업 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지난 8일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개벽 대행진)을 알리는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도올 김용옥 선생을 비롯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도법 스님, 박맹수 교무(원광대 총장), 성염 주교황청 대사, 정우성 배우, 조완석 한살림연합 대표 등 비농업계의 주요 발기인들이 많이 참여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직접 작성한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선언문'에서 "무분별한 독재적 경제개발 사상이 국가의 총체적 위기를 초래하기에 이르렀다"고 통탄하고, "국가 정책만 바르게 정립된다면 현 세계 모범적인 농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벽 대행진'은 오는 26일 해남을 출발하여 12월 15일 강원도 평창군까지 두 달 동안 8개도 18개 시·군을 순회하며, 국민총행복을 위한 농산어촌 개벽 방안을 현장에서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갈 예정이다. 이렇게 모아진 개벽방안을 토대로, 내년 1월 중순에는 서울에서 대규모 행진 및 집회를 개최하고, 정리된 개벽방안을 3월의 대통령선거와 6월의 지방선거에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개벽 대행진'을 위한 '3강(綱)5략(略)'을 제안하였다. 3강(3대 강령)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촌 △먹을거리 위기에 대응하는 농촌 △지역위기에 대응하는 농촌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5략(5대 방략)으로는 △농촌주민의 행복권 보장 △공익적 직접지불 확대 △먹을거리 기본법 제정 △농촌주민 수당 지급 △농촌주민자치의 실현을 제안하였다. 3강5략은 어디까지나 지역 순회 토론을 위해 잠정적으로 제시된 것으로 민초들의 지혜를 모아 구체적으로 수정 보완될 것이다.

18개 시·군을 순회하며 행진하고 민회를 개최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매 지역 순회 대행진의 결과는 30분 정도로 요약 편집되어 도올 TV를 통해 방영할 예정이다. 엄청난 비용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비용은 누가 부담해주는 것도 아니다. 대행진 참여자들이 십시일반으로 갹출하여 행사를 진행한다.

행사를 준비하는 지역의 사정도 녹록하지 않다. 농업계만 모이는 것이 아니라, 행사의 취지에 맞게 농촌의제를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민의 문제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힘이 든다. 그렇지만 각 지역의 추진위원회가 힘을 내고 있다.

나는 왜 이처럼 여러 사람을 고생시키는 무모한 '개벽 대행진'을 기획했을까. 지난 19대 대선 때 각 당 후보들이 600분 토론을 하였지만 농업농촌문제는 단 3초 흘러가듯이 언급되었다. 이처럼 무시를 당했으니, 문재인 정부에서 농정이 제대로 추진될 리 없었다. 농민들과 시민들의 목숨을 건 단식으로 2019년 4월25일 대통령직속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설립되고, 나는 초대 위원장에 임명되었다.

나는 '농어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는 슬로건을 걸고 '농정 틀 전환'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농어업·농어촌에 애정을 가진 모든 분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여러모로 부족하였던 것이 큰 원인이지만, 솔직히 농특위 위원장은 개혁을 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 지금의 농특위는 사랑방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 20대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농어업·농어촌의제가 반드시 주요 의제로 다루어지고, "농촌을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하기 바란다. 그래야 농정개혁이 힘을 받아 다음 정부에서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개벽 대행진'을 해남의 땅끝 마을에서 시작한다. 그 이유는 우리의 아우성이 한라에서 백두까지 전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해남군민과 전남도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대행진이 힘차게 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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