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기(해남읍 성내리)
고추잠자리 시골 초가집 마당 장독 위
바람 가르고 비단결 날개 저어 춤을 춘다
길옆 코스모스 파란 하늘 바라보며 미소 짓고
짙은 향기 퍼뜨려 아이들 불러 모으면
싸릿대 엮어 세운 울타리에 조롱박 손 뻗어
둥근 얼굴 만들고 황금 들녘 벼 이삭
오돌토돌 영글어 고개 숙여 인사한다
밤새 내린 찬 이슬 풀잎에 수정 구슬 만들어
메뚜기 떼 부르고 풀숲 그늘 귀뚜라미
서로 뒤질세라 날개 비벼 가을밤 노래한다
강남 갈 제비 깃털 다듬어 하늘 높이 날고
들녘에 매어 놓은 누런 소 풀 뜯어 배 채운다
허수아비 헌 누더기 옷 걸쳐 입고 실오라기
풀린 밀짚모자 눌러 쓴 채 온종일 참새 쫓고
이에 놀란 참새떼들 허둥대며 앞다퉈 달아난다
해질 무렵 고추잠자리 가을 하늘 높이 날고
저녁노을 서쪽 하늘 솜털 구름 붉게 물들이면
옛 시골의 아름다운 가을풍경 어둠에 묻히고
귀뚜라미 노랫소리에 가을밤 알차게 영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