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희 옹이 '安貧樂道(안빈낙도)'와 '경청'이라고 쓰인 자신의 작품 앞에서 서각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 위) 전시회 출품작 樂書(락서).
▲ 박병희 옹이 '安貧樂道(안빈낙도)'와 '경청'이라고 쓰인 자신의 작품 앞에서 서각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 위) 전시회 출품작 樂書(락서).

"서각은 한때 겪었던 우울증 극복의 버팀목"

2003년 입문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
매주 장애인복지관 작업실서 비지땀

 

 
 

"서각 작품을 하다 보면 치매 예방은 물론 정신 집중이 잘되고 편안해집니다."

올해 미수(米壽·88)인 박병희 옹은 오는 17일까지 문예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19회 해남서각협회 전시회에 작품을 낸 34명의 회원 가운데 최고령이다. 그가 서각을 하는 재미는 이번 출품작인 락서(樂書·글 배우기를 즐겨함)에 그대로 묻어 있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회원전에 단골로 출품을 한다.

서각(書刻)은 글이나 그림을 나무 등의 재료에 새기는 예술이다. 칼로 글을 새기는 작업이다.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작품을 완성하면 그만큼 만족감도 높다.

박 옹은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서각교실을 통해 지난 2003년 입문했다. 이후 송태정 목사의 지도를 줄곧 받고 있다. 몸이 안 좋아 5년 정도의 공백기가 있었으나 10년 이상 꾸준히 서각 작업을 하고 있다.

입문 3년째인 2005년에 제17회 대한민국서예대전 서각부문에서 '결초보은'이라는 작품으로 입선한 데 이어 한국예술대제전 특선, 전남미술대전 입선에 올랐다.

서각은 수년 전 부인과 사별하면서 찾아온 우울증과 외로움을 이겨내는 버팀목이 됐다. 그래서 격주로 화요일에 개설된 서각교실과 매주 서예교실을 한 번도 빠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거주지인 옥천에서 1000원 택시를 타고 수시로 장애인복지관의 작업실에 출근한다. 작업도 쉬엄쉬엄 하다 보니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보통 3개월 정도 걸린다.

"엉터리 서각을 하지만 글을 쓰는 게 좋고 즐거움이 넘칩니다. 몸과 정신건강에도 아주 좋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죽을 때까지 서각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고향이 계곡인 박 옹은 어릴 때 할아버지와 서재(書齋·서당과 비슷한 공부방)의 훈장에게서 유교의 경전인 사서삼경을 배웠다. 그래서 일찍이 서예에도 일가견을 갖추었다. 그는 해남중, 목포고,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40여 년간 교직에 몸담으면서 어릴 적의 서예에서 한 걸음 비켜 난 생활을 했다. 서각은 교직에서 퇴직한 이후 인생 2막의 든든한 친구가 되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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