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점박이병 확산에 상품성 '뚝'
잦은 비에 배수 불량 등 요인 추정
제값 못받고 전분 등 가공용 넘겨
하루 인건비 14만원으로 치솟기도

▲ 화산면 안정마을 이상원 씨가 표면이 까맣게 변해버린 고구마를 모아 놓은 톤백을 보여주고 있다.
▲ 화산면 안정마을 이상원 씨가 표면이 까맣게 변해버린 고구마를 모아 놓은 톤백을 보여주고 있다.
▲ 수확한 고구마 곳곳이 검게 변해있다.
▲ 수확한 고구마 곳곳이 검게 변해있다.

표면이 검게 변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고구마가 늘어나면서 수확의 기쁨을 맛봐야 할 농가들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지난 13일 화산면 안정마을에서 고구마 수확을 하는 이상원 씨 농가는 검게 변한 고구마를 골라내고 깨끗한 고구마만 선별해야 했다. 검은 반점이 생긴 고구마는 소비자들이 찾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최근 2500평의 밭을 수확했는데 톤백 800kg 포대로 12개가 나왔다"며 "겉에만 까맣게 변하고 속은 멀쩡한데도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아 제주도의 전분공장에 포대당 17만~18만원에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수확한 밭은 지난해까지 인삼을 재배하다 처음 고구마를 심은 곳인데도 까맣게 변한 고구마가 많이 나온다"며 "고구마를 수확하려고 인부 10명을 고용했는데 인건비가 지난해보다 크게 올라 인건비 주기도 어려운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이 올해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매년 일정 부분 있었으나 올해는 유독 많은 필지에서 나타나 발생 원인과 현황 파악,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땅속에 있는 고구마를 캐기 전까지는 병에 걸렸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크게 오른 인건비에도 농가들은 수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까지 좋았던 고구마 가격이 내려가고 상품성이 없는 고구마가 많이 나오면서 농가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해남군의 고구마 재배면적은 2198.9ha로 지난해 1960ha보다 238.9ha가 늘었다. 해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늘면서 가격도 하락했다. 농협의 수매가격은 10kg에 1만5000원 선으로 지난해 1만9000원보다 4000원 떨어졌다. 소비자가격도 지난해 10kg에 7만~8만원까지 오른 적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3만2000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8만원이던 인건비도 올해 12만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수확 작업 외에 비닐과 줄기 제거, 고구마 상차 등에 따라 웃돈을 주면서 1인당 14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기껏 수확한 고구마는 kg당 200원에 전분공장으로 넘기고 생산비와 인건비를 제외하면 농가들은 남는 게 없는 실정이다.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고구마 수확철에 비가 자주 오면서 검은점박이병 발생이 늘었으며 재배면적 중 13% 정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피해면적은 수확이 끝나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고구마검은점박이병은 수확 무렵에 발생하는 병으로 씨고구마와 토양에 의해 전염되어 여름철부터 발병하기 시작한다. 이 병에 걸리면 표면에 연한 갈색의 작은 점이 생기고 점차 검게 변해 더 큰 반점으로 불규칙하게 변한다. 반점이 내부에 생기진 않지만 보기에 좋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진다.

발생 원인으로는 비가 많이 오거나 배수가 잘되지 않는 곳에서 발생률이 높으며 연작을 하면 토양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검은점박이병과 유사하지만 먹으면 안 되는 검은무늬병과 덩이줄기썩음병 등도 일부 발생하고 있어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병해충에 강한 품종 개발 및 개량으로 연작피해와 곰팡이로 인한 품질 저하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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