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섭(전 해남다인회장)

 
 

다성(茶聖) 초의선사의 차 정신을 계승하고 차문화 중흥 업적을 기리기 위한 전국 차인들의 큰잔치 '제30회 초의문화제'가 15~16일 이틀간 해남에서 열린다.

조선조 후기 대흥사 일지암에 40여년 주석하였던 초의선사는 시와 그림, 글씨와 선(禪)에 능통하고 손수 차를 덖어 마시면서 다선일여(茶禪一如) 사상을 주창하신 실학 선승이었다.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으로 사찰이 탄압받고 임진·병자호란 등 외침을 겪으면서 차문화가 극도로 쇠퇴하였던 시기에 차의 성전이라 할 수 있는 동다송, 다신전 등 노작을 펴내고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위당 신관호 선생 등과 교류하면서 우리나라 차문화의 중흥을 일으켰다. 후대의 차인들은 일지암을 차의 성지로, 초의선사를 다성 또는 차의 중흥조로 추앙하고 있다.

여기서 1830년 초의선사가 일지암을 중성하고 남기신 시 한쪽을 소개한다. 가히 청고하고 담백하여 불 때서 밥 지어 먹는 사람의 글이 아닌 것 같다. '안개노을 묵은 인연 숨기기가 어려워서/승려가 어느새 몇 칸 집을 지었네/못을 파서 허공 달빛 해암에 깃들이고/대통이어 구름샘을 멀리서 끌어왔네//'(후략)

이처럼 차의 정신문화를 태동하신 초의선사의 차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1992년부터 매년 초의문화제를 개최하여 올해로 30회째를 맞고 있다. 15일에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전야제 행사에는 해남 다인들이 직접 만든 수제차 품평회가 열린다. 16일 대흥사 일원에서 열리는 식전행사와 기념식에서는 한듬어린이집 원생 20여 명의 찻자리와 전국에서 20여 팀이 참가하는 찻자리 경연대회가 열리고, 국악인 20여 명의 '초의선사 차와 풍류'란 주제의 축하공연도 볼 만할 것이다. 또한 우항리 공룡박물관에서는 지난 5일부터 17일까지 차도구 공모전 수상작 전시도 열리고 있다.

차 생활에 지나친 격식과 예절은 필요하지 않다. 차는 누구나 마시는 기호음료이고 다선일여 같은 오묘한 진리를 구하는 것도 아니다. 행다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정해진 규칙도 없다. 차를 내리고 마시는 생활은 어렵지 않다. 그냥 일상에서 편하고 쉽게, 그리고 검소하고 소박하면 충분하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는 차 생활에 정신과 예절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젊은 층을 차문화 속으로 참여시키는 데 실패하지 않았나 자성해봐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 지역은 차를 딸 수 있는 여러 곳이 있다. 대흥사 입구 미로공원 위에 해남군에서 조성한 넓은 차밭이 있고 삼산 현산 옥천 계곡 마산 등 일부 지역에도 야생차밭이 있어 언제나 접근이 가능하다. 차는 세계가 인정하는 건강식품이고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 선생도 차는 정신을 진정시키고 소화를 돕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한다고 하였다.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면역력 증강에도 녹차가 으뜸식품이라고 한다.

익어가는 가을 속 차의 그윽한 향과 맛을 음미하면서 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은 군민들께서는 초의문화제 행사장을 찾아 삶의 여유와 자기성찰의 소중한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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