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발전 근간은 농촌의 희생이 바탕이 됐다. 농촌은 산업화 과정에서 최대의 노동력 공급처 역할을 담당했다. 이런 과정에서 급격한 이농현상과 고령화 등으로 농촌의 공동화가 심각해졌다.

농업의 규모화와 시설화는 자연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농촌의 정체성도 상실하게 됐다. 값싼 외국 농산물의 무분별한 수입은 전 국민을 위해 농민이 희생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대기업 위주 성장정책의 결실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농촌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얼마 전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는 가족의 상황과 엇비슷하다. 비유를 하자면 이렇다. 가난한 살림살이에 집안의 미래를 위해 장남에게 모든 투자를 하면서 온 가족이 희생한다. 그 장남은 부모와 동생들의 희생 덕분에 출세의 가도를 걸었다. 부모나 동생들은 잘살게 된 장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된다. 하지만 장남은 '내가 잘난 때문'이라며 가족들을 외면한다. 오늘의 농촌 현실이 이런 꼴이다.

이를 바로잡아보자는 범국민 운동이 시작됐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시작되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이 그것이다. 개벽 대행진은 오는 26일 해남에서 행사를 가진 뒤 연말까지 8개도 18개 시·군을 거쳐 내년 1월 서울에서 종합 행진을 하게 된다. 이번 행사는 위기의 농어촌을 살리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공론화를 목적으로 마련됐다.

전국 개벽 대행진 추진위원회는 2개월 전 서울에서 도올 김용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박진도 전 대통령직속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 등이 주도해 결성됐다. 행사의 취지는 명확하다. 3농(농어민·농어업·농어촌)을 살려나가야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3농 문제 해결을 위한 '3강5략(三綱五略)'도 마련했다.

농촌을 살리고 농촌 주민을 행복하게 하는 3강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촌 △먹을거리 위기에 대응하는 농촌 △지역위기에 대응하는 농촌이다. 이의 구체적 해법에 해당하는 5략은 △농어촌 주민의 행복권 보장 △공익적 직접지불 확대 △먹을거리 기본법 제정 △농어촌 주민수당 지급 △농어촌 주민자치 실현이다.

농촌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위정자를 중심으로 애써 외면당해 왔던 게 현실이다. 지난 19대 대선 TV 토론회가 120분씩 5회가 열렸는데 한 후보만이, 그것도 3초 정도로 3농의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이는 3농이 사실상 부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번 개벽 대행진이 농정 전환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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