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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단상
양동원 편집국장  |  dwyang9@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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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08  13: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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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9일)은 제575돌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1446년 9월 상한(上澣)에 반포했다'는 기록에 근거해 이를 양력으로 환산해 제정됐다.

세종대왕이 시간여행으로 한글날을 찾아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엉? 1446년 반포했으니 575년이 흐른 게 맞긴 한데 한글은 뭐지? 훈민정음을 만들어 반포했는데…."

그러면서 온통 처음 접하는 글과 말에 혼란스러움과 착잡함을 가질 것이다. 세종대왕에게는 시쳇말로 모든 게 '듣보잡'(듣지도 본적도 없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나 물건 등)이다.

요즘 사람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 조상을 만나면 말이 얼마나 통할까. 아마 조선 후반에는 어찌어찌 소통되겠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못 알아들을 것이다. 고려나 신라시대로 간다면 아예 외국인 취급을 받으리라. 언어는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언어도 시간이 흐르면서 생성과 성장,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요즘 시대에는 변화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

10년 전까지 자장면과 짜장면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그때까지 표준어인 자장면이라는 발음은 방송에서나 있었고 모두가 짜장면이라고 불렀다. "자장면은 어쩐지 느끼하다. 짜장면을 먹어야 제맛"이라고 했다. 이런 여론에 표준어를 정하는 국립국어원이 두 손 들었다. 2011년 8월 31일부로 두 단어 모두를 표준어로 한 것이다. 자장면은 한자(炸醬) 표기 원칙이 따른 것이다. 어찌 보면 짜장면을 표준어로 한 데는 특혜(?)가 개입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 버스, 서비스도 발음대로 '께임', '뻐스', '써비쓰'를 표준어로 삼아야 한다.

이참에 아파트 이름 한번 걸고 넘어간다.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어느 아파트 이름은 '빛가람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1차'이다. 15개의 글자로 이뤄졌다. 빛가람은 혁신도시, 대방은 건설사, 엘리움은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이다. 로얄카운티는 '고결한 구역' 정도의 영어 의미로 고급스러움을 풍기기 위한 것이다. 경기도 이천의 '이천증포3지구대원칸타빌2차더테라스', 서울 개포주공 1단지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경기도 과천의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서밋' 등의 이름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영어에서 따온 것 같은데 영어권에 사는 사람도 무슨 뜻인지 모른다. 입주자도 잘 모른다. 외국어나 외래어도 아닌, 거의 외계어 수준이다. 한 번 찾아 갈려면 내비게이션 입력하기도 힘들다.

길거리의 간판이나 문서에서 나오는 외래어를 접하다 보면 오류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케이크(케잌×), 가톨릭(카톨릭×), 기타(키타×), 내비게이션(네비게이션×), 파이팅(화이팅×), 센터(센타×), 숍(샵×), 타월(타올×) 등등. 외래어도 있고 외국어도 있다. 외래어는 '담배', '넥타이', 보살처럼 외국에서 들어왔지만 국어로 굳어진 말이다. 그래서 국어의 일부인 외래어도 철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사회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어는 '굿모닝'처럼 그냥 외국 말이다.

한글날은 올해 토요일, 내년에는 일요일, 내후년은 월요일이다. (참고로 1년이 365일 경우 52주에 하루가 남기 때문에 이듬해 같은 날짜는 다음날 요일이 된다.) 세종대왕 덕분에 3년 연속 3일 연휴(올해와 내년 월요일은 대체휴일)를 보내게 됐다. 10월 9일이 단지 하루 쉬는 '빨간 날'에 그치지 않고 한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에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 한국어는 아주 어렵지만 한글은 아주 쉽다고 한다. 세종대왕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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