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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시문학콘서트 풀꽃시인 '나태주'
양동원 기자  |  dwyang9@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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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01  17: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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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지식 내려놓고 위로의 메시지 전달해야"

"시의 고장 땅끝에 처음 방문해 가슴이 벅차" 
 올해로 등단 50년… "해남 담아낸 시 쓰겠다"

10월 23일 안도현 시인
11월 20일 곽재구 시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나태주(76) 시인의 대표작 '풀꽃'이다. 그는 주말인 지난달 25일 땅끝순례문학관 야외무대에서 김경윤 시인의 사회로 100분간 진행된 시문학콘서트 초청시인으로 강연했다.

'시가 사람을 살립니다' 라는 강연 주제에서 보듯 그의 작품에는 '함께', '사랑', '너'라는 시어(詩語)가 단골로 등장한다. "24자로 이뤄진 '풀꽃'은 아이들의 선물입니다. 마지막 구절이 '나만 그렇다'라고 했으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나만을 위하지 않은, 함께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풀꽃 시인 나태주'를 있게 한 '풀꽃'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 학교 밖에서 아이들에게 풀꽃을 그리게 하자 '어떻게 하면 잘 그릴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풀꽃을 자세히 보아야 하고 오랫동안 보아야 한다'고 말해줬다. 수업을 마치고 교장실로 돌아와 곧바로 쓴 시가 바로 '풀꽃'이다. 이 시는 10년 후 서울 교보생명 빌딩의 광화문 글판에 걸리면서 유명해졌다.

해남을 처음 찾은 나 시인은 "박성용, 이동주, 김남주, 고정희 선생을 낳은 시의 고장 해남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면서 "땅끝이라는 말에 먹먹해지고 가슴이 차오르는 느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름의 지론인 '시인'에 대해 한마디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만 모르는 만큼 느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인문학 지식을 모두 내려놓고 어린이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날의 시가 어렵고 따분한 것은 아는 것을 토대로 궁리하고 따지기 때문입니다."

16살부터 시를 쓴 그는 26살이던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대숲 아래서'로 등단했다. 올해로 등단 50년을 맞았다. 그동안 시집, 산문집, 시조집 등 150권의 책을 펴냈다. 작년 한 해 21권에 이어 올해도 10권이 넘는 작품집이 나온다.

문단에서 가장 바쁜 시인이지만 '묻지마 강연'을 한다. 거리, 주제, 관객, 강연료 등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인 요청도 기꺼이 받아준다. 이날 강연이 끝난 뒤에도 수십 명에게 일일이 덕담을 곁들인 사인을 했다.

일부 시인들의 오만함을 꾸짖는 박노해 시인의 단체 이메일 내용도 소개했다. "다음의 다섯 가지는 나라를 망하게 합니다. 군인이 나약해지고, 청년이 고개 숙이고, 지성이 오만해지고, 언론이 거짓을 말하고, 정치가 부패해지면…. 박 시인은 지성이 오만해지는 것을 묻고 있습니다."

4~5년 전 제주 귀일중 강연 당시 일화도 소개했다. 사인을 하는 데 2학년 학생이 눈물을 글썽이며 나 시인의 작품인 '혼자서'를 읽었다. 정작 잊고 있던 작품이어서 놀라기도 했다. 그 여학생은 마지막 대목이 좋다고 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꽃으로 서 있음을/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누구나 힘들고 외로울 때가 있고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시인은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게으르지 말아야 합니다."

나 시인은 강연 말미에 관객과의 대화시간도 가졌다. '시인의 과정'을 이렇게 피력했다. "시인에게 정파리(定破異 또는 定破移)의 단계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0년 정도 선대 작품을 따라 하고(定), 20년간 시에 대해 헷갈린 과정을 거치고(破), 나름의 색다른 시 세계에 접어든 것입니다(異). 결국 옛것을 받아들이고 개성을 찾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과정입니다."

그의 시가 마지막에 변용(變容), 반전이 많다는 질문을 받자, "얼굴 모습이 바뀌는 의미의 변용은 시조와 한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봅니다. 마지막 부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노년이 아름답고 중요하듯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해남을 담은 시 작품 요청을 받자 흔쾌히 쓰겠다고 했다.

나 시인은 충남 서천 출생으로 43년의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뒤 공주문화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공주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시인협회 43대 회장을 맡고 있다.

한편 땅끝순례문학관은 오는 23일(오후 2시) '연탄 시인' 안도현, 11월 20일(오후 2시) '포구 시인' 곽재구 초청 시문학콘서트를 잇따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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