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이(해남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병원에서 어르신들 진료를 하다보면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암보다 더 무서운 게 치매'라는 말이다. 그만큼 치매라는 병에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고, 심지어 치매의 가능성이 매우 낮은 40~50대에서도 치매 검사를 원하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주관적으로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끼고 병원에서 치매 검사를 해보면 치매로 진단되는 경우보다는 치매가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기억력이 떨어졌을 때 생각해 봐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치매다. 치매에서 기억력 저하의 특징은 서서히 진행된다는 것이다. 주관적으로 인지 저하를 호소하기도 하나 병식이 없어서 인지 문제에 대해 부정하는 경우도 있어 보호자 면담이 필요하다. 인지기능 검사에서도 동일 성별, 연령에 비해 인지 저하 소견을 보이며, 일상생활의 저해가 있다. 치매는 조기에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으며, 약물 치료는 최대한 고용량의 약물을 복용할수록 효과가 좋다.

두 번째로 생각해 봐야 할 질환은 단순 건망증이다. 단순 건망증은 주관적인 인지 저하가 있으나 신경인지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으며,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없는 경우이다. 치매에서 기억력 저하와 차이점은 치매에서는 사건의 전반적인 부분을 잊어버리는 데 비해서 건망증은 사건 일부분에 대한 기억을 잘하지 못하며,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해 낸다. 단순 건망증은 병이 아니므로 특별한 치료는 필요하지 않으며, 치매 예방수칙을 지키며 정기적인 검사를 하면 된다.

세 번째는 경도 인지장애이다. 경도 인지장애는 주관적인 인지 저하가 있으며 신경인지검사에서도 치매 정도까지는 아니나 정상보다는 인지 저하 소견이 있고, 일상 활동의 저해가 없는 경우이다. 경도 인지장애는 매년 10~15% 정도는 치매로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치매 예방수칙을 지키면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통해서 치매로 진행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노인 우울증이다. 노인 우울증에서도 주관적인 인지 저하가 있을 수 있는데 주관적인 인지 저하가 있으면서 신경 인지검사에는 정상일 수도 있고, 인지 저하 소견을 보일 수도 있다. 우울증이 치매 발병 확률을 높이고, 치매와 동반될 수 있으므로 우울증 치료를 받으며 정기적인 인지기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환자는 10% 정도이며, 평균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여 빠르게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은 편으로 평상시 치매 예방수칙을 잘 지키면서 기억력 저하가 있을시 방치하지 말고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