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비축미 방출해 하락 부추겨
수확기까지 이어질까 농민 시름
도, 시장격리 등 특단 대책 촉구

수확을 앞두고 계속되는 쌀값 하락으로 농민들의 표정은 어둡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 쌀 10월호를 통해 올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늘어나면서 공급과잉을 예상했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73만2477ha로 평년단수(300평당 521kg)를 적용하면 생산량이 381만6000톤으로 지난해 350만7000톤보다 7.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유례없던 긴 장마와 태풍으로 쌀 생산량이 크게 줄었던 것을 감안하면 평년작을 회복했다는 의견도 있다. 조생종 벼의 생산량이 늘었고 가을장마로 인해 병해충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긴 했으나 세균성 벼알마름병이 평년보다 늘어난 것 외에는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확기를 앞두고 산지 쌀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농산물의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적어지는 단경기인 7월부터 9월까지 통계청의 산지 쌀값 조사에서 7월을 제외하고 내림세를 보이다가 9월 들어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 7월에도 5, 25일 각각 정곡 20kg 기준 9원과 6원이 올랐을 뿐 10일에는 30원이 하락했다. 9월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5만3816원으로 지난해 수확기 쌀값 5만4121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산지 쌀값 하락은 벼값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어 조생종 벼부터 영향을 받았다.

A 농민은 "정부가 지난해 수확기 이후 37만톤의 정부 비축미를 시장에 풀면서 쌀값 하락을 부추겼다"며 "특히 유례없이 단경기인 8월에도 8만톤을 시장에 공급한 것은 농업 현장을 무시하고 가격을 낮추는데 급급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조생종 벼가 40kg 기준 7만원도 못 받았는데 2020년산 구곡을 7만3000원에 팔아 신곡이 구곡보다 못한 처지"라며 "비료, 농약, 농기계 등 생산비는 늘어만 가는데 쌀값과 정부 양곡정책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벼 작황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줄면서 정부는 시장안정을 위해 총 37만톤의 비축미를 공매했다. 특히 8월 공매는 쌀값 하락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후 벼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국내산 정부 비축미의 재고량은 7만톤 정도만 남아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해남에서 보관되고 있는 정부 비축미도 지난해 8월 말 2만5304톤에서 올해 같은 기간 1만9517톤이 줄어든 5787톤에 그치고 있다.

7월 말 조생종이 40kg 기준 7만4000원에 거래됐으나 공매 이후 6만2000원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6만원 후반대에서 시작했던 조생종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던 것과는 반대 현상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여성농민회총연합 등 농민단체 연대인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은 지난 7월부터 가격 하락과 소비 부진의 징조가 나타났으나 인위적으로 가격 조정에 나섰다며 정부의 양곡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RPC(미곡종합처리장) 재고 압박도 가격 결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 가격은 하락하고 재고는 쌓여있기 때문이다.

지역농협 RPC 한 관계자는 "8월 이후 쌀값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며 "지난해 생산량이 워낙 없어 원료곡의 가격이 오르고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면 올해는 가격 하락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는 지난달 29일 '2021년산 쌀 공급과잉 예상물량 시장격리 등 특별대책 건의 성명서'를 내고 쌀값 안정을 위한 선제적인 시장격리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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