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지난 8월 31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법률로는 결코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우선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UN에서 권고하고 있는 것에 비해 턱없이 미흡하다. UN에서 권고하고 있는 것은 2030년까지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5%이상'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3억6000만톤까지 줄여야 한다.

그런데 국회를 통과한 녹색성장기본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억7200만톤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것이다. 유엔이 권고하는 것에 비해서는 1억100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더 배출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법으로는 과연 그 목표조차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경제성장주의를 버리는 것이다. 경제성장주의는 국가의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증가로 표현되는 '경제성장률 높이기'에 두는 것이다. 이렇게 목표설정을 하면,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것이나 환경이 파괴되는 것은 후순위 문제가 된다. 그래서 지금껏 화석연료를 펑펑 써 왔고,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도 무시해 온 것이다.

그런데 기후위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하면서, 여전히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성장률에 집착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전혀 안 맞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녹색성장이 아니라 '탈(脫)성장'이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집착을 버리겠다는 것을 국가적으로 선언하고, 경제성장주의와 개발주의를 주도해왔던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같은 부처들을 해체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총체적 전환을 주도할 수 있는 '전환부'를 신설하고, 경제부총리가 아니라 전환부총리를 둬야 한다. 그야말로 정부가 하는 일을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법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회를 통과한 '녹색성장기본법'은 말로만 전환을 얘기할 뿐이다. 그러니 연말이 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공항·도로를 건설하는 예산들이 국회를 통과할 것이다. 지금 짓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들은 계속 지어질 것이고, 대량의 온실가스를 내뿜게 될 것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인가?

녹색성장기본법에서 만들겠다는 위원회도 장관들, 기업관계자들, 소위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위원회다.

지금은 정부예산 전체의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특히 기후위기가 낳을 재난 상황에 대비하고, 심각한 불평등을 완화할 사회적 안전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전 국민의 생존기반이 될 농촌ㆍ농업을 지키는데 예산을 최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전환예산', '전환정부'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 만들어진 '녹색성장기본법'은 폐기되어야 한다. 그 대신 탈성장·녹색전환기본법이 필요하다. 지역에서도 탈성장·녹색전환 조례제정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생존과 미래를 위한 '대전환'이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