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승(전 전남평생교육진흥원장)

 
 

1972년 MIT의 젊은 교수 4명이 쓴 '성장의 한계'가 출간됐다. 성장에만 매달린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 이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구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다. 석유와 석탄, 철광석의 매장량도 무한하지 않다. 하지만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자원을 마구 낭비한다면 얼마 되지 않아 한계를 넘어설 것이다. 이대로 성장만을 계속한다면 100년도 채 못 가 인류는 파멸한다.' 책의 내용은 극히 비관적이다.

'성장의 한계'가 지목한 위험 중 하나가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실제 마구잡이식 자원 낭비로 인해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IPCC(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21세기 말이 되면 지구 평균 기온이 3도 가량 올라가고, 해수면은 65cm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 생태계에 거의 파멸 수준의 재앙인 것이다.

한반도의 평균 기온도 1980년 11.3도에서 2014년 13.1도로 1.8도나 상승했다(기상청 통계). 주요 농작물 생산지는 기후 상승에 따라 계속 북상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조사에 따르면 1980년대 초 제주와 영암이 주산지인 한라봉과 무화과는 충북 충주까지, 사과는 대구에서 경기 포천까지, 보성 녹차와 곡성 멜론은 강원도 고성과 양구까지 올라갔다.

온대기후로 알고 있는 해남과 무안, 영광 등 전남 서남부 지역은 이미 아열대기후로 바뀌었다. 전남의 현재 기후는 10~20년 뒤 한반도 중부 지방의 미래 모습이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농수산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우리의 대응은 미미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분야 대응 방향을 설정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를 해남군에 설치키로 한 것은 낭보가 아닐 수 없다. 해남이 우리나라 기후 변화 대응의 전초기지가 된 것이다.

또 하나의 낭보가 지난 7월 날아들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한 것이다.

이번에 지정된 갯벌은 보성. 순천, 신안과 함께 충남 서천, 전북 고창 등 4곳이다. 전체 신청 갯벌 면적은 12만9천346ha. 전남지역에 전체의 약 87%가 몰려 있다.

갯벌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비롯해 낙지, 조개, 게 등 다양한 생명이 서식하는 공간이다. 철새들의 도래지 역할도 한다. 주민들에게는 생계의 터전을, 관광객에게는 치유의 장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갯벌의 역사는 수난으로 점철됐다. 갯벌은 그저 질퍽한 뻘로 이뤄진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다. 국토가 좁다는 절박한 이유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농경지와 산업단지 확보, 주택과 도시 건설을 위해 매립과 간척, 개발의 삽질이 이어졌다.

전남지역의 대표적인 간척지는 영산강 개발사업으로 조성된 영암과 해남 일대의 3000여만평의 간척지. 이로 인해 우리나라 최대의 낙지 생산지인 영암 미암 일대의 갯벌과 해남 산이, 화원 일대 풍족한 어족자원은 모두 사라졌다.

바다는 금호호와 영암호라는 내륙 호수로 변했다. 간척은 방대한 농지를 제공했지만, 또 다른 자원인 '자연의 허파', 갯벌은 사라졌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자연의 섭리다. 간척지를 다시 돌려놓을 수는 없지만 남은 갯벌이라도 잘 보존해야 할 일이다.

이 대목에서 '성장의 한계'에 들어 있는 퀴즈 하나. 하루 만에 2배로 자라고 연못 수면을 덮는 데 30일이 걸린다면 연못의 반이 연꽃으로 메워지는 데는 며칠이 걸릴까? 답은 29일. 바로 다음 날 연꽃은 2배가 되어 수면을 뒤덮고 연못 속의 물고기는 모두 죽고 만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직도 수면이 반이나 남아있는 것을 보고 연못을 구할 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지구 환경도 마찬가지다. 파국이 눈앞에 왔는 데도 우리는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잘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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