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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공공의료체계황은희(해담은 3차 아파트 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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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01  12: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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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의 건강문제는 이미 나쁠 대로 악화됐다. 남편이 농사를 짓고 있는 송지면 삼마리는 20여 가구가 동네를 이루는 작은 마을이다. 필자가 처음 해남에 왔을 당시 사오십 대였던 아짐, 아재, 형님들도 이제는 모두 70대 중후반이거나 80대이다. 이제 내년이면 은수 아짐, 내장리 아짐과 요양원에 있는 대죽도 아짐도 90세가 된다. 또 90을 바라보는 아짐들이 줄을 잇는다. 이제 나이 90은 흔하다.

그런데 20여 가구 중 다섯 집만 부부가 함께 산다. 중리 아짐처럼 귀촌한 아들과 함께 살기도 하지만 보기 드문 경우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아짐이나 형님 혼자 사는데 대부분이 허리가 굽었다. 밭이 많은 동네라 무릎 관절수술을 받은 사람도 많다. 마을회관에 모일 수 있었던 시절에는 문 밖에 여러 대의 보행기가 줄맞춰 있었다. 또한, 골다공증과 고혈압 등 성인병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삼마리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면 싫어하겠지만 그 동네는 환자촌이다. 이런 상황이 유독 삼마리만 그런 것은 아닐 거다.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본 드라마 '초원의 집'이나 만화 '소공자', '소공녀' 등에서는 왕진가방을 들고 의사가 진료를 다녔다. 그게 인상 깊었는지 유독 생각이 많이 난다. 만약에 의사가 왕진을 다니는 제도가 시행된다면 삼마리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의사가 와야한다.

농촌과 농민에게 우리 사회가 지고 있는 빚을 생각한다면, 노인에 대한 실질적인 복지를 고려한다면 참 필요한 제도이지만 지금 삼마리 사람들은 하루에 세 번 들어오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 의료기관을 찾는다.

설거지는 제쳐두고 신문기사를 읽다가 얼마 전 지네에 물렸을 때가 떠올랐다. 데쳐서 말리려고 고구마 줄거리에서 줄기를 몇 번 떼어내고 있는데 장갑 낀 오른손 손가락이 뭔가에 세게 쏘인 것처럼 아팠다. 벌이라도 있나 싶어서 얼른 주변을 살펴보며 급하게 장갑을 벗으니 으악, 지네! 손을 급하게 털어 약지 끝에 매달려 있는 지네를 떨쳐냈지만 이미 물린 약지가 부어오르고 있었다. 급하게 휴대폰으로 지네에 물렸을 때를 검색하니 비누로 닦고 냉찜질을 하라고 했다. 그런 조치를 했어도 손가락은 점점 더 부어오르고 손등과 손바닥 그리고 손목까지 빨갛게 부어오르고 있었고 팔꿈치 부분까지 마비증세가 왔다. 할 수 없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뛰어온 남편은 상처 부위를 보고 놀라 시동을 걸며 얼른 타라고 재촉했다. 남편은 마음만큼 급하게 차를 몰았다.

가까운 동네에 보건지소가 있으나 그날이 마침 일요일이어서 읍에 있는 응급실이 구비된 병원으로 가야 했다. 응급실 당직 의사는 진통제 한 대와 하루치 약을 처방하고는 다음날까지 낫지 않으면 외과진료를 받으라고 했다. 해독제를 주사하지도 않은 것을 보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다음 날 외과 진료를 받으며 입원 권유를 받았지만 화상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처지라 해독제를 첨가한 링거와 항생제 등 5일치를 처방받아 복용한 지금은 물린 부위가 안 물렸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괜찮다.

농촌은 지네와 같은 독이 있는 벌레에 물리는 일이 많다. 주중이라면 가까운 보건지소에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다. 늦봄에는 개미에게 물려서 보건지소를 두 번 다녀왔다. 주사를 맞고 900원을 냈는데 진드기 기피제도 받아왔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주중에만 곤충에게 물리는 것도 아니고 버스가 때맞춰 오는 것도 아니라는 거다. 주로 노인들이 살고 있으며 가장 자연에 근접해 있는 농촌은 그만큼 다양한 위험변수를 갖고 있는데 공공의료체계의 공백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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