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치기, 구슬치기, 술래잡기(숨바꼭질), 오징어 놀이, 줄다리기, 징검다리 건너기 등등. 1960~1980년대에 유년기와 초중등 시절을 보낸 40~50대 이상 연령층에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의 놀이다. 기억의 한 켠에는 초등학교 문방구 앞에서 연탄불을 이용한 즉석 과자인 달고나도 있다. 부모들은 설탕에 소다를 섞어 막대기로 휘저어 만든 달고나가 비위생적인 불량식품이라며 자녀에게 접근 금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농촌을 고향으로 가진 중장년층 이상에게 이런 소중한 추억거리가 있다. 그들의 어린 시절은 되씹을수록 달콤하다. 집 앞마당, 골목길, 정자, 들녘 등 대자연의 놀이터가 주변에 널려 있다. 물질적인 풍요는 없지만 상상의 나래만큼은 풍요로웠다. 좀체 흙을 밟기 어려운 요즘의 청소년들은 시멘트 바닥과 컴퓨터 속 가상 공간에 파묻힌 시절을 보낸다. 어릴 적 동네 친구, 대자연과 뒹군 추억을 갖기란 좀체 어렵다. 그래서 안쓰럽다.

지난 추석 연휴는 창궐하는 코로나19에 잔뜩 주눅이 든 채 '집콕'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추억의 놀이와 군대 시절을 연달아 맛보는 기회가 찾아왔다. 많은 중장년층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D. P.'를 밤새워 본 것이다.

지난달 17일 오픈된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전 세계에 서비스되는 83개국 중 76개국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 1위에 올랐다. 9부작인 이 드라마는 빚더미에 깔린 '막장 인생'의 456명이 게임 설계자가 내놓은 1인당 1억 원씩 모두 456억 원을 두고 최후 1인까지 목숨을 건 생존 게임을 벌이는 내용이다.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잔혹한 묘사가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한다.

'오징어 게임'을 접한 중장년층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게임에도 푹 빠진다. 드라마에는 여섯 개의 본 게임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딱지치기 등 추억의 놀이가 대부분 소환되기 때문이다. 1단계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어릴 적 누구나 했음직한 술래잡기 놀이가 다소 변형된 것이다. 2단계는 동그라미, 세모, 별, 우산 모양의 달고나 설탕뽑기이다. 이어 초등학교 운동회의 단골인 줄다리기, 동네 어귀에서 하던 구슬치기, 그리고 징검다리와 오징어 놀이가 차례로 등장한다.

이에 앞서 8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D.P.'도 추석 연휴를 강타했다. D.P(Deserter Pursuit)는 탈영병을 추적하는 헌병대(군사경찰)의 체포조를 뜻한다. 디피는 군 내부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이 드라마 또한 설령 나쁜 추억이나마 기억의 무대에 올려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두 편의 드라마는 폭력성의 수위를 볼 때 국내 방송사가 다루기는 버겁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특성인 소재 제한이 없고 넷플릭스(Netflix)의 '창작의 자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넷플릭스는 다양한 콘텐츠를 인터넷에 연결하고, 광고 없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시청하게 한다. 제작사에 제작비 전액과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고 저작권을 가져간다. 제작사는 협찬을 챙길 수도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국내 회원 가입자(결제자 수)는 지난 8월 514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낸 한 달 결제액(1인당 월 9500~1만4500원/해상도와 동시접속 차이)도 753억원이다. 이게 넷플릭스의 수입원이다.

이젠 다양한 문화콘텐츠 플랫폼이 경쟁하면서 시공(時空)의 벽은 사라졌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한국 문화(K컬처)는 어느새 세계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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