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1인 가구…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혼자 산다
추석 연휴가 다가왔다. 추석이면 으레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 명절을 보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족 유형도 그동안 공동체 중심의 대가족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이젠 1인 가구가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추석을 앞두고 해남지역 1인 가구의 실태와 정책을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70대 가장 많고 청년층도 증가세
주거·생활비 등에 빠듯한 살림살이
해남군의 지원정책은 사실상 없어
1인 가구 각종 정책도 새 판 짜야
A(27) 씨는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는 1인 가구다. 지난 4월 해남읍에 위치한 직장에 취직하면서 광주시에서 해남군으로 전입했다. 아직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월급은 적지만 주거비 등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많아 적금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A 씨는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식비뿐이어서 시리얼과 우유로 간단히 한 끼 때우든가, 대부분 본가에서 가져온 반찬에 밥을 해먹고 있다"며 "월세, 전기료, 보험료, 카드사용료 등으로 다 나가면 한 달에 10만~15만원 정도밖에 여유가 없어 적금을 드는 건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밥은 끼니를 때우는 정도이다 보니 영양 불균형이 우려된다. 또한 퇴근하고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가면 쓸쓸함을 느끼고 특히 아팠을 때 서러움을 많이 느끼는 등 심리적인 외로움도 크다.
해남지역도 갈수록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하지만 현재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해남지역 1인 가구 중 절반 정도는 70세 이상 고령층이며, 청년 1인 가구도 꾸준히 늘고 있는 등 가족유형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해남군의 인구정책은 다인가구 중심으로 1인 가구에 대한 세대별, 여건별 맞춤형 지원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통계청이 운영 중인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해남지역 가구 수는 2만9031가구로 이 중 1인 가구가 35.6%(1만325가구)를 차지했다. 3가구 중 1가구는 혼자 사는 셈이다. 1인 가구 비율은 지난 2000년 21.1%(6538가구), 2005년 28.2%(8495가구), 2010년 32.7%(9316가구), 2015년 33.3%(9687가구), 2020년 35.6%(1만325가구)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1만 가구 이상이 '나홀로'
해남지역 1인 가구 비중은 전남지역 평균인 33.7%, 전국 평균인 31.7%보다 높은 수치다.
해남군 내 1인 가구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70대가 가장 많았다. 20~30대 청년 1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70대 1인 가구는 2576가구로 24.95%를 차지했다. 80세 이상이 22.88%(2362가구), 60대 20.01%(2067가구) 등 60세 이상이 전체 1인 가구의 67.85%(7005가구)를 차지했다. 50대 14.69%(1517가구), 40대 7.68%(793가구), 30대 5.22%(539가구), 20대 4.36%(450가구), 20세 미만 0.2%(21가구)였다.
39세 이하 청년 1인 가구는 1010가구로 9.78%를 차지했다. 지난 2019년 884가구보다 126가구가 늘었으며 1인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81%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1인 가구는 청년층에서는 남성이, 고령층에는 여성이 많았다. 20대 1인 가구 450명 중 남성은 245명, 여성은 205명이었다. 30대에서는 남성이 372명, 여성이 167명, 40대에서는 남성이 954명, 여성이 211명이다. 반면 70대에서는 남성이 624명, 여성이 1952명, 80세 이상은 남성이 407명, 여성이 1955명이었다.
청년 1인 가구는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2인, 3인 가구로 확대해야 하지만 주거비 등 고정비용 지출이 많다 보니 돈을 모으지 못하고 결혼까지 포기하는 악순환도 벌어진다.
때문에 다인 가구 중심의 인구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인 가구 청년들은 독립하며 집을 마련한 상태다 보니 주거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청년들도 경제적 여건에 따라 원룸과 아파트, 전·월세와 매입 등 차이가 있어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 2019년 11월 분가해 해남읍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혼자 거주 중인 B(40) 씨는 매월 주거비로 50여 만원이 소요된다. B 씨는 아파트 매입자금의 절반 정도는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했다고 한다.
B 씨는 "나이가 차 분가하긴 했는데 부모와 함께 살 때는 지출하지 않아도 됐던 대출이자와 관리비 등 50여 만원이 추가로 나가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월 2000원 때문에 주거지원 안돼
현재 해남군의 인구정책은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정을 비롯해 출산, 양육 등이 중심에 있다. 일부 청년 주거비 지원사업도 있지만 지원대상에 1인 가구는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놓고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A 씨의 월급은 최저임금(올해 기준 182만2480원)보다 조금 더 많은 183만원으로 해남형 청년 주거비 지원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다. 지원대상 중 해남군 내 거주하는 청년(만 18~49세)에는 속하지만 가구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 150%(182만7831원) 이하보다 월 2169원 높기 때문이다. 사실상 월급이 최저임금보다 다소 높으면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소득기준을 최소한 해남군이 도입하고 있는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생활임금은 법정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 노동자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급여개념으로 이정확 해남군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해 도입됐다. 올해 해남군의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8729원보다 950원 많은 9670원이다.
때문에 1인 가구 소득 기준을 보다 현실화할 뿐만 아니라 주거자금 대출 이자의 2%(최대 100만원)를 지원하는 '신혼부부 보금자리 대출이자 지원사업'도 1인 가구 등까지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군은 올해 해남군에 전입한 세대에 지원하는 전입축하금 지원대상을 세대가 아닌 1인 기준으로 변경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가 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세에 맞춰 정부와 일부 자치단체들은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인근 여수시의 경우 지난 6월 '1인 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1인 가구를 위한 공유주택 등 주거 지원사업, 건강 지원사업과 식생활 지원사업, 사회 관계망 형성 및 공동체 활성화 사업, 문화·여가 생활 지원 등 각종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전라남도도 지난해 5월 1인 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1인 가구 복지증진을 위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토록 하고 있다.
평택시는 최근 기존 정책이 대부분 다인 가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가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보고 1인 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해 1인 중장년층 고독사 예방, 1인 가구 밀집 지역 CCTV 설치, 홀몸 어르신 주거개선, 1인 가구 신중년 경력 일자리 사업, 공동 부엌 지원, 반려동물 양육 프로그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도 최근 1인 가구 증가추세 등에 맞춰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에 1인 가구를 추가했다. 현행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주택소유 이력이 없고 5년 이상 소득세를 납부했으면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최대 160% 이하인 자에게 공급되지만 '혼인 중'이거나 '유자녀 가구'로 자격을 한정해 1인 가구는 주택구입 경험이 없음에도 신청이 불가능했다.
1인 가구 청년들은 주거, 직장, 정책 등 정보를 찾는데 아쉬움도 나타내고 있다. 광주에서 해남으로 전입한 한 청년은 "도시에서는 직방(부동산 앱)이나 알바몬(아르바이트 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해남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집을 구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며 "해남은 정보가 적어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전달해주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지난 1일 1인 가구를 위한 정보제공 플랫폼인 '서울 1인 가구 포털'을 오픈했다. 이 포털은 서울시와 자치구가 1인 가구를 위해 펼치고 있는 다양한 지원 정책과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시민참여 프로그램·행사·상담·소모임 정보, 1인 가구에게 유용한 정보를 한곳에 모았다.
해남군은 7만 인구 회복을 위해 다양한 인구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청년 1인 가구 증가 등 시대변화에 다소 뒤처지고 있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