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푸르름이 더해가는 오월은 부모님께, 선생님께, 그리고 잘 자라서 고마운 아이들에게 감사하고 그분들께 못 다한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도록 하는 ‘결초보은(結草報恩)’의 계절인 것 같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부모는 자식이 건강하게 쑥쑥 잘 자라는 모습이 가장 고맙고 오십이 넘으면 자식 자랑하는 재미로 사신다고 한다. 필자가 철이 채 들기도 전에 당신의 나이 45세로 선친께서 운명하셨고 할머니께서는 하루도 빼지 않고 눈물로 세월을 사시면서 해가지면 먼저 간 자식의 이름을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은 일편단심으로 헌신하는 어머니의 거룩한 모습그 자체였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감격 했을 때, 우리의 생명이 위기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부르고 찾는 사람이 바로 어머니가 아닌가? 훌륭한 성인의 뒤에는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인생에는 세 가지의 중요한 만남이 있다고들 한다. 첫째는 좋은 이성과의 만남이요, 둘째는 훌륭한 친구와의 만남이요, 셋째는 뛰어난 스승과의 만남이라 한다. 내 인생에 정신 형성, 인격 도야를 위해 중요한 분을 꼽으라면 첫 번째가 부모님이요, 두 번째가 선생님이요, 세 번째가 부인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인연의 순서대로 순번이 정해진 것 같다. 필자는 오늘 선생님과의 작은 인연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한다 필자는 아직 가방의 무게를 극복하기도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 나이에 목포로 유학의 길을 떠났다. 초등학교 어린나이부터 홀로 자취를 하며 중학교에 진학하고 이어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고1때 극암 김선규 선생님과 사모님인 최순옥 여사님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선생님 고향은 전북 정읍이고 사모님 고향은 김제였다. 그때도 자취를 하였는데 선생님과 사모님께서는 친부모 형제처럼 보살펴 주셨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선생님을 찾아뵙고 상의 하였고 그때마다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많은 마음의 양식을 채워주곤 하였으며 내 아이 삼형제는 방학 때마다 아빠의 선생님이신 할아버지 댁을 꼭 다녀오곤 하였다. 그런데 몇 해 전 선생님께서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목포 마리아회 고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초빙이 와서 그쪽으로 옮길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나에게 의견을 물어왔다. 나도 그러시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그리하여 교장선생님으로 취임하시고 처음 맞는 스승의 날 전날 선생님을 뵈러 갔었는데 그렇게 건강하시던 선생님의 건강이 무척이나 안 좋아 보였다. “선생님 왜 그러십니까?”하고 물었더니 “학교를 좀 만들려고 하였더니 그러네”하셨고 선생님의 교육열, 순수한 열정을 알기 때문에 이해가 갔지만 내심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어 “선생님! 건강을 지키셔야 합니다. 건강이 제일중요 합니다.” 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 뒤 계속 건강이 좋지 않아 광주 병원에 입원 하셨다는 말을 사모님으로부터 전해 듣고 바쁜 농사일을 대충 끝내고 처와 함께 병원을 찾았는데 병실 출입문에는 선생님의 자필로 보이는 ‘면회 사절’이란 안내문은 선생님의 병환이 매우 위독하심을 짐작케 했다. 동료 선생님들로 보이는 분들과 많은 병문안 객들이 병실 밖에서 면회를 시도하기 위해 서성대고 있었고 선생님은 사모님을 통하여 거절하고 계셨으며 자제분들은 면회를 온 많은 분들께 죄송함을 전하고 있었으나 해남의 정우 부부가 왔다는 말에 손짓으로 들어오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사모님과 자제 분들께 식사라도 하고 오시라고 하고 나와 처가 선생님을 주물러 드리고 있을 때 선생님께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며 그대로 운명하시는 것이었다.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는 것도 정해진 자식이 있는 법인데 우리부부가 맞은 선생님의 임종은 큰 충격이었다. 그 후 선생님의 기일에는 만사를 접어두고 꼭 참석하며 선생님과의 좋은인연으로 사모님과 그 자제들과는 친형제처럼 생활하고 있다. 선생님께서 항상 나에게 일러주시던 ‘결초보은(結草報恩)’은 되로 주고 말로 받자는 것이 아닌 이 땅에 살면서 맺은 작은 만남들이 나를 이롭게만 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으며 배신과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좋은 인연으로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여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안 있으면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결초보은(結草報恩)’을 실천해 보는 아주 좋은 기회는 아닌가 필자는 주재 넘는 제안을 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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