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씩 새기면 글의 깊이 깨달아"

삼산 한옥마을서 남편과 함께 우인 도예 운영
10년째 서각 매력에 빠져… 국전 준비에 전념

 

"서각은 자기와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정신을 집중해 한 글자씩 새기고 되뇌면서 글의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서각에 관심을 갖고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삼산 무선동 한옥마을에서 남편과 함께 우인 도예를 운영하는 홍은미(51) 작가가 지난 11일 심사 결과가 발표된 제15회 대한민국 한서미술대전(사단법인 한서미술협회 주최)에서 서각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 한서미술대전에 출품해 대상을 받은 작품.
▲ 한서미술대전에 출품해 대상을 받은 작품.

출품작은 '사랑 안에 가장 귀히 여기라'. 이 구절은 사도바울의 서신인 신약성경 데살로니가 전서 5장 13절 일부이다. 코로나19 시대에 각박해진 세상살이에서도 모든 사람이 서로 귀히 여기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홍 작가는 경기도 이천이 고향이다. 도자기 작품활동을 해오다 지난 99년 결혼과 함께 남편의 고향에서 터전을 잡았다. 우인 도예를 20년 이상 운영하고 있다. 그의 도자기 경력은 30년 이상 되지만 서각을 접하게 된 것은 10여 년 전이다. 송태정 목사를 만나고 그의 지도를 받으면서 지금까지 서각교육을 받고 있다.

평생학습관에서 송태정 강사가 진행하는 서각 강좌에는 12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이번 한서미술대전에 출품한 서각과정 학습자 7명 모두가 입선했다.

홍 작가의 대상 수상을 비롯해 김영이(타산지석)·윤민하(명명덕) 씨가 특별상, 이광근(근위무가보)·남우(민음소망사랑)·양동욱(심전경작)·노병호(길상여의) 씨가 각각 특선을 차지한 것이다.

홍 작가는 지난해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올해 전남도미술대전 특선에 올랐다. 현재 응모가 진행 중인 국전에 7명의 학습자들과 함께 출품작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정규강좌를 끝냈지만 평생학습관에서 국전에 입상하기 위해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홍 작가에게는 소박한 꿈 하나가 있다. 언젠가는 가족 전시회를 열어보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예술인 가족이기도 하다. 남편이 도예가이고, 아들 둘은 미대에서 서양화와 도자기를 각각 전공하고 있다.

지금 30여 명이 회원이 활동하는 해남서각협회 회계를 맡고 있다. 그렇지만 활동공간인 협회 사무실이나 별도 전시장이 없다. 회원들이 맘껏 활동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아쉽기만 하다.

"예향의 해남에는 숨은 예술인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이 각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황산에서 도자기 강의도 하는 홍 작가는 제2의 고향인 해남에서 더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발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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