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장애인·농산어촌 유학 가정
코로나 떠나보내고 시골 정 '듬뿍'

그래도 추석은 아름답다. '코로나 추석'이 2년 째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추석이다. 마음만은 모두가 풍성한 우리 이웃들의 다양한 추석나기를 들여다본다.

▲ 베트남 전통의상을 입은 박홍성·응우엔티화이 씨 가족.
▲ 베트남 전통의상을 입은 박홍성·응우엔티화이 씨 가족.

◆ 다문화가정

지난 13일 박홍성(48)·응우엔티화이(30) 집에서는 한바탕 윷놀이가 펼쳐졌다. 아빠, 엄마와 함께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예쁘게 차려입은 창현(10) 군과 혜승(5) 양도 윷놀이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박 씨의 어머니 김우례(75) 씨는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비대면 추석맞이 프로그램으로 다문화가족들이 명절음식 만들기와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키트를 제공하고 있는데 박 씨 가족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결혼 10년 차인 이들 부부는 "가족들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서로 이해하고 노력해줘 고맙고 사랑한다"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어머니 김우례 씨는 "서울에서 큰 아들 가족이 내려오기는 하지만 같이 사는 둘째 며느리가 최고이며, 추석 음식도 나보다 잘 만든다"며 며느리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투호놀이를 하고 있는 이승균·박은지 씨 부부.
▲ 투호놀이를 하고 있는 이승균·박은지 씨 부부.

◆ 장애인가정

불의의 사고를 당해 발목절단 봉합수술 후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이승균(61) 씨와 박은지(47) 씨는 장애인 부부이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박은지 씨는 남편이 사고를 당한 뒤 항상 남편 곁을 지키고 있다. 외출할 때도, 집에 있을 때도 항상 둘이다. 남편이 목발을 짚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 장애인 부부에게도 추석이 찾아왔다. 지난 14일에는 추석을 앞두고 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이 마련한 찾아가는 전통놀이 체험행사에 참여했다. 재미도 있고 상품도 준다 하니 어떻게든 항아리 모형에 화살을 집어넣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런 서로를 보며 웃음이 절로 나온다. 박씨 부부는 어엿한 20대로 성장한 아들들이 직장과 대학교에 다니고 있고 올 추석에 함께 모일 예정이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박 씨는 "아들 둘 이렇게 잘 키우느라 고생했네" 하면서 아내에게 어색하지만 진심을 담아 손하트를 날렸다.

 

▲ 농산어촌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박제현·정희정 씨 가족.
▲ 농산어촌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박제현·정희정 씨 가족.

◆ 유학온 가정

서울에서 살다 가족이 함께 해남으로 내려온 농산어촌 유학가정들에게 올해 추석은 색다름이다. 박제현(42)·정희정(42) 동갑내기 부부는 아들 희제(10)군, 딸 제희(8) 양과 함께 지난 2학기부터 가족 전체가 해남으로 내려왔다. 두 자녀는 삼산초에서 농촌유학생활을 하고 있고 정 씨는 재택근무, 아빠인 박 씨는 과감히 육아휴직을 했다.

박제현 씨는 "서울에서는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뛰지 마라'이다. 위험하기도 하고 이웃 간 층간소음 때문인데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이 말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마음껏 뛰어놀고 원격수업 대신 학교에 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정희정 씨는 "곡식이 익어가고 수확할 때가 됐음을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설명해줬는데 여기서는 들녘에서 초록색이던 곡식이 노란색으로 익어가는 것을 눈으로 체험하니 생태교육이 이런 거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추석에 서울 집에 가지만 가족들에게 마음껏 농촌유학 얘기를 들려줄 계획이다. 서울 생활만 하던 그들에게 누구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진짜 시골이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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