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지난해 초 농업기술센터의 '기후온난화 대응 새로운 소득과수 바나나재배단지 조성'사업에 응모해 처음에는 고배를 마셨지만 선정농가의 사업 반납으로 겨우 바나나 하우스를 지을 수가 있었다. 600평 규모로 정고 8m, 측고 6m의 비닐하우스인지라 일반 비닐하우스의 규모와 다르고 공법자체도 전혀 다르다.

주변 농민들이 축사를 짓는 줄 알 정도로 철제 자재의 수량도 엄청나고 공사 기간도 오래 걸렸다. 내재해 시설로 적설량 30cm, 초속 35m의 강풍에도 견뎌야 하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시설하우스 안에는 20도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며 지온을 올려야 함으로 며칠간의 안정화 작업을 거쳐 한겨울에 바나나 모종을 식재했다. 바나나 모종은 조직배양으로 포트재배한 것을 제주도에서 사왔다. 제주도는 UR(우루과이 라운드) 이전에는 바나나 재배로 큰 소득을 올렸지만 UR 파고로 작목을 바꿨다. 해남은 제주도에 비해 안개가 끼는 날이 적고 바람이 약해 바나나 재배에 유리하다.

바나나는 13도 이하에서는 동해를 입고 18도 이하에서 성장을 멈춘다. 27도에서 34도까지가 최적의 성장조건이고 아열대작물이지만 35도 이상에서는 성장을 멈춘다. 바깥 온도가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하우스 안은 최소 18도 이상을 유지해야만 한다. 가온하우스이기 때문에 보온커튼이 2중으로 하우스 안을 감싼다. 보온커튼은 다겹커튼으로 비닐, 부직포, 천을 겹겹이 겹쳐 누빈 것이다.

가온시설로 전기 히트바를 설치했다. 설정온도를 20도로 맞춰놓으면 하우스 안의 온도가 19도로 내려갈 때 작동, 21도까지 올라가면 작동을 멈춘다. 다음날 스마트팜의 그래프로 살펴보면 톱니모양으로 일출시간까지 해가 없는 밤시간을 자동온도 조절장치가 작동한다.

스마트팜도 중요하다. 하우스 밖에 간이 기상대가 설치돼 온도, 습도, 풍향, 풍속, 일사량, 누적 일사량, 강우 여부가 기록된다. 하우스 안에도 센서 3조가 설치돼 내부온도, 내부습도, 지온, 지습, ph, EC가 기록된다. 이 모든 기록이 무선라우터를 통해 스마트팜회사의 서버에 전송되고, 농부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스마트폰으로 천창, 측창, 보온커튼, 차광스크린을 여닫고 유동팬을 돌리고 물을 주는 일도 할 수 있다.

물론 자동제어모드를 통해 비가 오면 열어놓은 천창을 닫고, 설정온도에 따라 천창과 측창을 여닫는 작업 등 모든 제어를 수행한다. 여름철 폭염으로 하우스의 온도가 과다하게 올라가면 차광스크린을 치고 설정온도 이상이 되면 스마트폰으로 알려온다. 4개의 CCTV가 시설의 작동과 보안을 책임지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달 초부터 바나나꽃이 피기 시작했다. 무농약 친환경인증도 받았다. 바나나가 적당히 자라면 바나나꽃대가 고개를 내민다. 며칠 후 꽃 덮개 아래 숨어있던 바나나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덮개가 자동으로 떨어지면서 아이들 손과 같은 바나나들이 하늘을 향해 휘면서 땅을 향해 내려가는 과방에 주렁주렁 매달린다. 이 바나나 과방을 트러스에 미리 매달아 놓은 노끈으로 매다는 작업은 스마트팜이 할 수 없다. 사다리를 이용해 제때 묶어주지 않으면 자칫 줄기가 통째로 넘어지거나 과방이 부러져버리니 매일 순찰을 해야 한다.

하우스를 가득 채우고 남을 정도로 크게 자라 주렁주렁 매달린 바나나 열매를 구경하러 온 인근 주민들이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바나나 나무라 표현하지만 바나나는 파초과의 초본이다. 즉 나이테가 없는 한해살이 풀이다.

해남에도 이미 4개 농가가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으며 올해 한 농가가 준비 중이다. 바나나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과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한다. 한편으론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의 유치에도 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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