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에 재배농가 시름도 커져
농기계 진입 어려워 농사 포기도
인력난에 인건비 상승도 큰 부담
늦어도 오는 15일까지 마무리해야

▲ 가을장마로 흐린 날이 이어지자 농가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을 골라 배추 정식에 나서고 있다.
▲ 가을장마로 흐린 날이 이어지자 농가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을 골라 배추 정식에 나서고 있다.

본격적인 배추 정식시기에 접어들었으나 잦은 비로 인해 농기계가 밭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비닐도 씌우지 못하는 등 일부 농가에서 가을배추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해남에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12일 동안 적게는 0.4㎜에서 많게는 28㎜의 비가 내렸다.

비가 계속 내리면서 물 빠짐이 좋지 않은 황토밭의 경우 농기계가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비닐을 씌우지 못하는 곳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식이 늦어지면서 준비했던 배추 모종이 노랗게 변하고 웃자라며 무름병 증상도 보이는 등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을 이용해 정식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정식 이후 구름이 많고 비가 내리는 날이 이어져 애를 태우고 있다.

황산면에서 배추 농사를 하는 A 씨는 "정식기에 비가 자주 와 작업하기에 어려움이 크다"며 "주변을 보면 정식이 마무리됐어야 할 밭이 갈아놓기만 하고 비닐도 씌우지 못하는 곳들이 눈에 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추가격이 좋을 것이라는 확신도 없어 배추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도 보인다"며 "여기에다 인력 구하기도 어려워 작업하기 10일 전 인력사무소에 예약해야 겨우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인건비마저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배추 정식기인 9월을 전후로 태풍과 잦은 비가 내리면서 농가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태풍이 3차례 연이어 오면서 정식 이후에 피해를 입거나 늦은 정식으로 인해 생육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확산 이후 농촌 노동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외국인 근로자의 수가 줄어들면서 인력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인건비도 크게 올라 농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가을 영농철은 작물 수확과 함께 월동작물의 정식이 동시에 이뤄져 인력을 필요로 하는 농가들이 많아 최근 배추 정식작업에 인건비를 14만원까지 줬다는 농가도 있다. 앞으로 고구마 수확, 월동배추와 마늘, 양파 정식 등이 남아 있어 한동안 인건비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남의 가을배추 정식의 적기는 9월 5일부터 10일 사이로 늦어도 15일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 10일을 제외하면 당분간 비 소식이 없어 농가들은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해남군이 조사한 배추 재배 의향면적은 가을배추 2448ha, 겨울배추 2552ha에 달했으나 실제 재배면적은 이보다 다소 줄어들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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