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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賞'을 묻고 답하다
양동원 편집국장  |  dwyang9@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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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10  12: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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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오래된 일이지만 공직사회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이야기 하나를 소환해본다. 편의상 '그'라는 3인칭을 붙인다. 그는 7년 전쯤 공직에서 물러나 지금은 야인이 되어 고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관선 시대인 90년대 초 40대 초반의 나이에 전남지역 두 곳의 군수를 지냈을 때이다. 군청 직원들의 관사 출입을 아예 금지했다. 그의 어머니를 통해 인사청탁이 들어오자 간부회의에서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관행이던 전별금도 일체 거절했다.

민선 시대 들어 전남도청에서 국장(3급)으로 재직시 광주의 시민사회단체가 선정한 청백리상을 받았다. 현직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청백리상은 공직자의 표상으로서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현실에서는 어깃장으로 비춰졌다. '니만 깨끗하고 잘났냐'는 비아냥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도청 주변에서는 '미운털이 박혔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다'고 했다. 도의회 사무처장(2급)으로 내정되자 의회가 비토(veto·거부권)를 던지기도 했다. 이런 데는 평소 까칠한 업무 스타일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의 청렴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잠시 빛을 발했다. 중앙부처 1급(관리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공복(公僕)으로서 신조는 여기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국민연금과 비교해 너무 많다는 신념으로 공무원 연금에 손을 대려고 했다. 동료 공무원들은 '자해(自害) 행위'를 서슴지 않은 독불장군 정도로 깎아내렸다. 그때 단행될 수도 있었던 공무원 연금 개혁은 그에게 '조직 이단자'라는 주홍글씨를 덧씌우며 물거품이 됐다.

상(賞)은 어느 분야에서 훌륭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칭찬과 응원의 의미도 담겨 있다. 그런데 '그'처럼 엉뚱한 방향에서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세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이유이다.

노벨상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그 권위는 10억 원이 넘는 상금에서도 나오지만, 이보다는 엄정한 심사를 거쳐 인류에 기여한 사람을 선정한 데서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유일무이하게 노벨상(평화상)을 받았다. 당시 야당 정치권이 DJ가 노벨상을 받으면 안 된다며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로비를 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사실 여부를 떠나 로비설 자체만으로도 국가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노벨위원회가 (상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설을 두고)'매우 무례', '이상한 나라'라고 했을 정도이다.

일부 언론사와 시민단체가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주는 '○○○ 대상'이 2년 전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 상을 주는 대가로 협찬이나 광고를 받는, 이른바 '상 장사'를 한 때문이다. 수상자는 하나의 업적을 쌓고, 주최 측은 짭짤한 돈벌이가 되면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된 것이다. '사고 파는' 이러한 상은 그 권위를 땅 아래, 저 깊숙한 지하로 떨어뜨리게 한다.

해남에는 작지만 뜻깊은 상이 하나 있다. 5회를 맞은 최범영 봉사상이 그것이다. 그동안 우편배달부, 환경미화원, 자활센터 청소사업단, 소방공무원, 의용소방대원, 코로나19 방역 유공자들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는 장애인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4명이 받았다. 지난주 시상식에서 던져진 이 상의 본체(本體)는 두 가지이다. '따뜻하고 행복한 해남'의 울림이고, '감사'의 응원이다. 수상자에게 특별한 스펙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다른 사람도 있는데…'라며 미안해하고 수줍어했다. 그래서 수상자나 시상자 측은 순수하다. 그게 바로 상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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