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해남 김·고·배 브랜드, 축제 어디로 갔나
<2> 생산자 위한, 생산자 목소리 담은 정책 필요
이창섭 기자  |  nonno@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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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06  16: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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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싣는 순서|
① 김·고·배, 해남 대표 특산품의 현주소
② 제자리 걸음에서 도약이 필요한 김고배
③ 다른 지역 선점, 김고배 브랜드와 축제 왜 필요한가
④ 우리는 브랜드화, 축제 이렇게 성공했다
⑤ 김고배 브랜드화, 축제 어떻게 할것인가

 

   
 

[김] 최소 가격 안정제 도입해야

모든 게 마찬가지지만 김도 어가별로 빈부격차가 크다. 해남 안에서도 그리고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인다. 해남의 경우 90%가 소규모 어가이다. 해남에는 600여 어가가 김양식을 하고 있지만 인근 진도는 200여 어가가 김 양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생산량은 진도가 해남보다 10배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남 어가들이 만호해역을 지키려는 이유도 이곳마저 진도에서 가져가 버리면 해남의 김 양식 어가는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물김은 9월과 10월에 시작해 6개월 농사이다. 수온이 계속 상승해 품질 하락이 우려되고 포자가 안 붙으면 1년 농사를 망치게 된다. 물김 양식을 하고 있는 이석호(41) 화산면 사포리 어촌계장은 김 어가들이 얼음 위를 걷는 위태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석호 어촌계장은 "태풍피해라도 입게 되면 재해보험으로는 한계가 있어 결국 소득이 없으니 빚 내서 재투자를 해야 하고 이자에 외상값에 생활비도 필요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한 번 잘못되면 대체어업이나 복합 양식도 어렵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김 값이 오늘 5000원 올랐다가도 다음날에는 갑자기 3만 원이 떨어지는 등 급격하게 출렁이는 게 다반사다"며 "안정적인 생산과 가격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김 양식은 대물림이 많아 시대변화에 더디게 대응한 것도 원인이지만 생산과 유통에서 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소규모 어가들의 생산량은 한정돼 있는데 대규모 어가에서 무더기로 생산해 홍수 출하가 되고 중간에 가공공장이나 유통 상인은 싼 값에만 가져가려 한다. 대기업은 또 이를 싸게 사들여 수출로 돈을 버는 구조이다.

일부 어민들은 지역별로 생산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실시하고 최소가격안정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조윤석 마른김생산자연합회 해남지회장은 "급격한 가격변동을 차단하고 안정적으로 생산과 판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최소가격안정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특히 무작정 생산하기보다는 용도에 맞는 김을 개발하고 특화해 대기업과 해남군이 손을 잡고 해남 어가가 납품을 하는 등 공동 브랜드 개발과 판로 확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구마] 품질과 유통구조 개선 필요

화산에서 2만평 규모의 고구마 농사를 하고 있는 윤승하(51) 씨. 최근 고구마를 수확해 선별작업을 하고 있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고구마 수확할 때도 날마다 일당 13만 원을 주고 10명의 인력을 동원했는데 선별작업 때도 똑같은 일당에 똑같은 인력이 필요하다. 소농이고 생산량이 많지 않다 보니 세척기도, 저온창고도 없어 흙고구마 형태로 출하한다. 그나마 (사)해남고구마생산자협회를 통해 인터넷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윤 씨는 "20kg 한 박스에 3만 원 선에서 거래되는데 모종비에 자재비, 인건비 등등을 제하고 나면 솔직히 남는 게 없다. 그나마 가을장마 오기 전 출하를 하고 있어 다행인데 비 온 뒤 출하를 하는 다른 농가들은 더 값을 못 받을 것이다"고 걱정했다.

해남은 중소농 비율이 70% 수준이다. 대농(5만평 이상)이야 납품처가 확보돼 있지만 소농은 생산자협회를 통해 인터넷 판매를 하거나 밭떼기, kg저울떼기로 중간상에게 넘기고 있다.

해남군은 고구마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오는 2024년까지 30억 원을 투입해 지역특화 클러스터 단지를 만들 예정이다. 고구마 저온저장시설을 증설해 출하 시기를 조절하고 가공시설을 구축해 반가공제품을 생산하며 공동 브랜드 개발, 제품 마케팅, 체험·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대농과 해남군농업기술센터는 해남군고구마생산자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클러스터 단지가 만들어지면 협동조합에서 위탁운영을 하기 위함이다. 현재 50명 정도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상태이다.

가칭 해남군고구마생산자협동조합 설립발기인 윤재석 대표는 "해남에서 생산되는 고구마 품질을 향상시키고 출하조절이나 공동판매, 브랜드화하고 조합원들이 수익을 나누는 등 새로운 형태로 회원들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고구마 산업 발전을 위해 협동조합 설립이 필요하다"며 "소농들의 참여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소농 중심 (사)해남고구마생산자협회는 또 다른 입장을 내고 있다. 소농을 대변하는 생산자협회가 설립돼 회원만 120여 명인데 이곳에 정책 지원과 시설 지원을 하면 될 것을 새로운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답인지 의문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해남고구마는 지리적표시 제42호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지만 유통구조의 문제를 지적한다. 박진우 사무국장은 "대형 유통회사가 좋은 고구마는 대형할인점에 출하하고 비품은 공판장에 판매하고 있는데 대형할인마트에서는 해남고구마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고 유통회사 브랜드로 소비되고, 저품질 고구마는 해남고구마라는 브랜드로 공판장에서 판매되면서 해남고구마 명성을 해치고 공판장 출하 때 제값을 받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며 "이러한 구조부터 깨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해남고구마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 유통구조 개선 이에 따른 조직 변경과 해남고구마의 브랜드 통일과 판매채널 단일화가 답인 줄 알고 있지만 운영주체를 놓고 여전히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배추] 수매 확대·공영시장도매인 요구

산이면에서 배추 농사를 하는 정경식(63) 씨는 최근 가을배추 모종 심기를 마치고 물대기를 하고 있는데 재배면적을 줄일 생각이다.

당초 9000평 규모로 재배하려고 했는데 절반 정도를 줄이려고 고민 중이다. 인건비는 갈수록 비싸지고 밭떼기 거래상들의 요구는 많아진다. 날씨마저 변덕이어서 생산비에 비해 건질 것이 없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정 씨는 "예전에 100평당 1000포기를 심었다고 하면 지금은 밭떼기 상인들이 간격을 더 좁게 해 많이 심는 것을 요구하며 1200포기가 생산되게 심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모종비나 자재비, 인건비가 더 들어가지만 가격은 제자리여서 생산비 맞추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 마지기(100평)에 70만~80만 원의 소득을 올려야 생활이 유지되는데 이런 구조라면 60만 원을 벌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나마 어느 정도 수확이 됐을 때 일이고, 갑자기 병해충 피해가 발생하거나 홍수출하로 가격이 폭락하면 이마저도 보장하기 어렵다. 밭떼기 상인들은 계약만 하고 가격이 폭락하면 거래 중단을 해버리고 정부는 가격폭등 때는 무분별하게 수입김치를 들여오면서 가격폭락 때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농민을 위한 농협에서 안정적으로 계약재배를 해주면 좋지만 계약재배 물량을 늘렸다가 피해가 날 경우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위험 때문에 수매량은 전체 재배량의 5~10%에 불과한 실정이다.

배추도 생산구조와 유통구조의 변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김효수 전국배추생산자협회 회장은 "무엇보다 주산지농협을 통해 전체 농가물량의 50% 이상을 계약재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업이 정착될 때까지 정부가 손실부담 전액을 예산에 책정하는 등 과감한 정책과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원도의 경우 고랭지배추를 취급하는 도 단위의 연합사업단이 운영되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해남에서도 공동출하조직을 운영하고 이를 브랜드화하며 자치단체의 지원을 통해 유통상인들만 바라보는 현재의 판로 문제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가격안정을 위해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비영리 전남공영시장도매인을 개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가락동시장에 전남도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유통하고 판매하는 판로를 만든다는 것이다. 시장도매인 성격의 법인체를 만들어 농산물 가격이 떨어졌을 땐 전남도가 가격을 일부 보전토록 하고 가격이 좋아 이익이 났을 땐 기금으로 적립해 가격안정 재원으로 쓰는 것이다. 정부가 가격안정 대책에 손을 놓고 있으니 광역자치단체가 나서겠다는 것인데 정부는 이 제도 도입에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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