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최범영 봉사상 시상식

최범영 봉사상 시상식이 3일 오후 2시 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 강당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장애인 활동지원 부문에서 서막래(65·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이순희(58·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 씨, 노인요양 부문에서 문유님(64·함께해요 사회적협동조합)·석점이(63·소망장기요양센터) 씨 등 모두 4명이 수상한다. 수상자들은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곁에서 묵묵히 돌봄 활동을 하고 있다. 시상식은 코로나19의 방역수칙에 따라 최대한 간소하게 치러진다. 최범영 봉사상은 해남 출신인 최재천 변호사가 선친의 봉사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7년 제정되어 매년 시상을 하고 있다. 수상자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서막래(활동지원사)

13년째 장애인 돌보며 잠재력 살리는데 주력

 
 

차량 봉사와 노인돌보미 활동을 1년 가까이 하다 2008년 12월부터 장애인을 돌보는 활동지원사의 길로 들어섰다. 활동지원사는 장애인 스스로 일상생활을 하거나 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올해로 13년째 접어들면서 그동안 5명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도우미 활동을 했다.

지금은 지적장애를 겪는 20대와 30대 두 명을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주 6일간 딸처럼 돌보고 있다.

올해 초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홀로 사는 26살의 여성은 어렸을 때 다치면서 후천성 장애를 겪고 있다. 혼자 생활하는 게 미덥지 못해 한 달간 함께 자기도 했다. 일방적인 도움보다는 청소나 빨래 등 가사를 함께 하면서 잠재된 능력을 일깨우는 데 주력한다. 

또 다른 돌보미 대상은 27살 되던 해에 만나 올해 37살이 된 옥천의 지적장애 여성이다. 지적장애인은 대부분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정상인보다 뒤떨어진다. 때문에 사랑을 쏟는 것 못지 않게 신체 단련을 위해 운동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해남보건소에 차량을 주차하고 우슬재를 넘는 운동을 자주 하도록 했다. 아무에게나 인사하는 버릇도 고쳐졌다. 몸과 정신이 어느 정도 치유되어갈 즈음 서로 보듬으며 울기도 했다. 오래 지내다 보면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고 정도 많이 들게 된다.

"그동안 돌보는 장애인에게 운동과 사랑을 쏟는 데 주력했다. 몇 시간째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면 가족도 힘들어한다. 이를 차분히 듣고 공감하면 자연스레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가족도 장애를 겪는 자녀를 믿게 되고 더 화목한 가정이 된다는 것이다.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한 장애인을 찾아내 혜택을 받도록 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또한 지난 2019년에는 어울림회 봉사단 출범을 주도했다. 코로나19 이후 활동이 뜸해졌지만 30명의 회원이 장애인들의 가정을 찾아 집안 정리를 하거나 김장김치를 담가 전달하고 있다.

 

◇이순희(활동지원사) 

장애 남매의 버팀목 사회참여 돕는데 최선

 
 

지난 2013년부터 햇수로 9년째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하고 있다. 지금은 남자 고교생과 사회활동을 하는 그의 누나, 남매를 돌보고 있다. 올해 28살인 누나는 동생보다 인지력이 떨어진다. 평일 오전에는 누나를 돌본 후 오후에 복지관의 사회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오후 4시쯤 되면 고등학생인 동생이 학교를 마치고 귀가한다.

인지력이 누나보다 나은 고교생에게 정서를 심어주는 데 주력한다. 책을 읽어주거나 퍼즐게임, 숙제를 도와주고 운동도 함께한다. 빼놓을 수 없는 게 정상인처럼 사회활동을 하도록 하나하나 가르치는 것. 마트에 가서 물건 사는 방법 등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기본적인 일도 1년에 하나 정도만 터득한다. 이들 남매와 함께한 지도 벌써 5년이 넘는다. 이들 남매를 만나기 전에도 3년간 형제를 돌봤다.

"봉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를 지속하는 게 어렵다"면서 "그렇지만 수 차례 반복해 가르치고 이를 조금이나마 터득해주면 고맙기도 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아동이나 청년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해주기 위해 특수교사나 복지관 치료사 등 특수교육 전문가와 자문 네트워크도 긴밀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전문적인 서비스는 장애인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문제가 드러나는 활동도 줄어들도록 하면서 사회활동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여기에다 중증 발달장애인의 보호자와 적극적인 상담도 필요하다. 그래서 보호자가 자녀를 올바로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힘쓴다. 

"신체와 지적 장애인의 삶에 깊숙이 뛰어들어야 치유의 길이 보인다"면서 "항상 긍정적인 생각과 따뜻함을 잃지 않고 장애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그들의 미래도 살아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번 만나면 쉽사리 정을 떼지 못하고, 따라서 끝까지 돌보아야겠다는 다짐이 선다고 했다. 

처음에는 주부교실 등을 통해 김장담기 행사 등 자원봉사에 나서면서 활동지원사가 되는 계기가 됐다. 봉사활동은 한 번 해본 사람이 다시 하게 된다는 게 지론이다. 

 

◇문유님(요양보호사)

조합 이사장 수행하며 세분 어르신 돌봄활동

 
 

지난 2012년 해남자활재가장기요양기관 소속으로 요양보호사에 첫발을 내디뎠다. 2년 전 '함께해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지금까지 이사장을 맡고 있다.

협동조합 전환 당시 동료들을 독려해가며 요양서비스의 공공성 확보에 앞장섰다. 요양보호사는 1등급부터 치매인 5등급의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돌봄 서비스를 한다. 현재 협동조합에는 요양보호사 42명이 등록되어 활동하고 있다.

11년 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년 정도 지난 시기부터 올해까지 9년째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세 가정을 찾아 하루 3시간씩 9시간 동안 어르신들의 손발이 되고 있다. 모두 홀로 사는 어르신이다. 주로 식사 준비나 목욕, 청소를 비롯해 약을 대신 타오는 수발을 한다.

그동안의 요양보호사 활동 과정에서 마음이 아픈 적이 많다. 대부분 5년 정도 보호 활동을 하는데,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작고하거나 치매 등으로 요양원, 요양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서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요양보호를 받은 대부분 어르신의 집안은 정리할 게 널려있다.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럴 경우 조합에 소속된 보호사들이 함께 주거환경개선에 나선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챙겨야 한다. 한 달에 한 차례 정도는 자체 교육이나 외부 강사를 초청해 맞춤형 서비스나 보호사로서 자세 등을 가다듬는 자리를 마련한다. 조합원 애로사항도 들어주며 해결방안도 찾는다.

김장 봉사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으며 어버이날이나 명절이 다가오면 선물도 준비해 어르신들에게 전달한다. 

"요양보호사는 열악한 여건에서 일을 하는 만큼 가장 낮은 수준의 직업이라고 할 수도 있다"면서 "요즘 주변의 시선은 많이 나아졌지만 봉사 정신이 없으면 헤쳐나갈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석점이(요양보호사)

매달 200가정 목욕봉사 보람 넘쳐 '이게 천직'

요양보호사에 뛰어들기 전에도 30대 후반부터 10년 이상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순전히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수지침을 배운 뒤 모임을 결성해 이 마을, 저 마을을 돌며 수지침 봉사활동을 했다. 모임 회장을 수년간 맡았다. 특별한 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집안 청소 등도 했다. 처음 봉사활동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얀 옷을 입고 부부가 사는 결핵환자 집을 찾았는데 집안이 말 그대로 엉망이었다. 집 정리를 하느라 옷이 새카맣게 더러워졌다. 그래도 보람이 찾아왔다. 그냥 봉사활동이 좋아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지금은 해남과 영암의 가정을 돌며 목욕봉사를 하고 있다. 이런 생활이 벌써 10년 가까이 된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 6일간 하루에 보통 10~12가정을 찾아다닌다. 한 가정에 1시간 정도 걸린다. 이렇게 목욕봉사를 다니는 곳이 한 달이면 200가정이 넘는다. 

"요양보호사 활동을 하면서 보람과 즐거움을 많이 느끼며 싫증이 전혀 나지 않는다"며 "어르신을 목욕시키고 로션 등을 바르면 '자식도 내 몸을 이렇게 만져주지 않는데…'하면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면 저절로 힘이 솟고 보람이 생긴다"고 했다. 주변에서 이젠 몸 생각해 그만두라고 하지만 계속할 생각이다. 그만큼 보람찬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그동안 각계로부터 많은 감사장과 표창장을 받았다. 지난 95년 문내면 동외리 청년회가 경로봉사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공로패를 수여한 것을 시작으로 해남군수, 전남도지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암군수 등으로부터 9차례나 표창장이나 감사패를 받았다. 이 가운데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의 봉사활동으로 받은 4차례 표창이나 감사패가 포함되어 있다. 

요양보호사라는 자긍심과 전문성은 어르신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이런 생각으로 항상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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