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김장철 맞추려 일찍 정식
불안한 배추가격 상인들 안보여
인건비·비료값 올라 어려움 토로

 
 

연이은 비 소식에도 해남 들녘에는 가을배추를 심는 농가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고 있다.

비가 개고 화창한 날씨를 보인 지난달 28일에는 배추를 심거나 밭을 갈고 비닐을 씌우는 농가들이 많았다. 다음날부터 비 예보가 있어 농가들은 비가 오지 않는 날에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해남의 가을배추 정식 적기는 오는 5일부터 10일, 늦어도 15일까지. 이때 심어 11월 중순경에 수확해야 가장 맛있고 품질 좋은 배추가 생산된다.

한 배추 생산농가는 "해남배추라는 이미지 때문에 김장철 수요가 높아 다 자라지도 않은 풋내나는 배추를 파는 경우도 봤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해남배추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로 생산자는 적기에 정식해 고품질의 배추를 생산하고 수도권 소비자들의 김장철을 늦출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8월 하순에 배추를 심고자 모종을 준비한 농가는 잦은 비로 정식시기를 놓치거나 일조량이 적어 모종이 웃자라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정식을 하더라도 해가 뜨는 날이 적어 생육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고랭지배추 가격이 평년보다 30% 이상 떨어지면서 산지 수집상이나 상인들의 발길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상인이 종자와 비닐 등을 주고 농약까지 뿌려주면 농가는 정식과 물주기만 담당하는 계약이 많아졌지만 가격 폭락이 심해지면서 상인들이 수확기에 농가와 계약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정식을 하는 농가들은 지난해보다 오른 인건비와 비료값 등으로 늘어난 생산비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배추를 심은 김현철(55·화원면 송촌리) 씨는 1명당 12만원을 주고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해 작업을 했다.

김 씨는 "지난해보다 인건비가 1만원은 올랐다"며 "앞으로 배추 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시기라서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배춧값은 오를 생각이 없는데 인건비에다 비료값마저 올랐다"며 "절임배추로 만들어 팔려고 심었는데 생산비를 제외하면 남는 게 있을지 몰라 재배면적을 줄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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