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재(전 해남군 기획실장)

 
 

농부(農夫)는 농사짓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국표준직업분류에 의한 직업코드는 61, 정식 명칭은 '농업 숙련 종사자'. 보통 '농부'라고 부르며, 논이나 밭에서 곡물이나 채소류 등을 재배하는 사람으로 직업코드 611인 '작물 재배 종사자'라고 한다.

산업혁명 이전에 '공장제 대량생산'과 '경제성장'의 개념이 없던 시절에는 농업이 국가의 동력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직업이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농사는 천하의 가장 큰 근본이 되는 중요한 일이라는 뜻이다. 농업이 국가 유지의 근간이 되는 사회에서 한 해 농사가 잘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곡물을 심고 거두는 일이 제대로 되어야 백성의 삶이 풍요롭고, 국민의 생활이 안정되어야 국가가 잘 다스려지므로 그만큼 농사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가 먹는 농산물은 결국 농민들의 노고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인공 식량이 나오지 않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농업의 중요함은 변하지 않은 진리이다. 사실 농사는 상당한 숙련을 요구하는 기술이다. 땅·작물·날씨·시세(농산물가격)·농기계 등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돈과 같은 기초 자본에 부지런함과 체력, 그리고 다양한 농사요령 등이 필요하다.

농사를 지어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예상외로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전에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귀농 후 이전의 감각을 되살리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이제 갓 귀농한 농부가 첫 해부터 이익을 보기는 어렵다. 실제 농사를 지으면서 실패만 계속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도시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나는 퇴직을 한 후에 전문적인 교육이나 실습을 받지 않고 텃밭 재배 정도의 실력으로 농부라는 명함을 손에 쥐었다. 농장을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 처가의 고추·마늘·참깨 등 밭농사를 옆에서 도와주면서 얻은 농사의 다양한 전문성과 기술을 하나하나 배우고 있으며, 특히 '해남농부 남재TV'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얻은 농업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올려서 그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흔히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지'라는 말을 자주 하기도 한다. 얼마나 어리석은 말이었는지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알 수 있었고, 새삼 농부들의 위대함과 존경스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 위대한 직업 중의 하나인 농업에 종사하는 농부들의 고충 또한 그 누가 알아줄까?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 농촌에서 살더라도 농사를 직접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고추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냥 모종을 심어서 가꾸고 수확해서 말린 고추로 생각할 것이다.

빨간 고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밭에 각종 퇴비와 거름을 뿌리고 트랙터로 로터리를 쳐서 땅을 정리한 후, 그 위에 비닐 멀칭을 하고 고추 모종을 심는다. 다음에는 터널 고추 재배를 위해서 고추 활죽을 꽂은 후, 꽂은 활죽을 끈으로 일일이 연결해서 넘어지지 않도록 고정해준다. 모종을 심은 바닥에는 분수 호스를 깔고, 활죽 위에 비닐을 덮어 보온해준다. 그리고 고추 지주를 세워서 고추가 바람에 넘어지지 않도록 해주고, 고추가 자라는 동안 물주기, 순치기, 병충해 방지를 위해 수시로 약을 살포해주는 등 고추 수확을 하기 전까지 다양하고 힘든 일을 거쳐야 한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고추를 수확하고, 수확한 고추를 물에 깨끗하게 세척한 후 건조하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빨간 고추가 완성된다. 이렇게 힘들게 만든 고추가(다른 농산물도 마찬가지이지만) 제값을 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올해 고추값이 600g(1근)에 1만1000~1만3000원에 거래가 되었다. 고추뿐만 아니라 마늘·배추·참깨 등 밭작물을 직접 경작해보니 노력한 만큼의 소득이 없어 탄식만 나온다.

규모화되지 못하고 소규모 영농을 하는 우리 부모·형제·친구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참으로 미안하다. 농산물도 공산품처럼 정찰가격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물을 심고 관리하고 수확하는 것도 힘이 들지만 애써 키운 작물을 수확해서 값싼 가격으로 판매해야 하는 농부들의 힘든 모습을 보면 가슴이 저려온다. 수확의 기쁨도 잠시이고 농산물의 가격이 폭락하게 되면 모든 희망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농자천하지대본'의 뜻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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