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수(향교삼호학당 고문)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좋고, 충고는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롭다는 뜻이다.

중국 진시황제가 죽자 폭정에 시달린 백성은 분기했고 대세를 잡기 위해 혼란스러웠는데 한나라를 세운 유방과 초나라를 세운 항우가 대표적 인물이다. 유방이 항우보다 한발 앞서 함양에 입성해 항복을 받아내 대궐 안에 들어가니 재물, 보화, 미녀들이 꽉 차 있었다. 유방이 그 화려함에 도취해 대궐에 머무르자 신하 번쾌가 '이러시면 안 된다'고 간했으나 꿈적도 하지 않았다.

이번엔 장량이 간을 청해도 요지부동. 여러 신하가 정곡을 찌른 충언을 하자 그제야 뉘우치고 진지로 돌아왔다는 고사이다. 올바른 신하가 여럿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여긴다.

우리 헌정사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이승만 정부가 선정을 해야 함에도 간신이 들끓고 정치판도 부패로 얼룩져 다른 분야에 비해 침체의 길을 걸었다.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라는 말을 들은 지 20년이 다 됐지만, 그 불명예의 딱지를 지금도 떼지 못하고 있음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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