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자(농촌마을공동체 비슬안 대표)

 
 

농촌 초고령화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10년 전 귀농할 때만 해도 60대 어르신이 마을의 주된 활동을 했다.

인구 유입은 없고, 그분들은 지금 70대가 되었다. 나도 쉰 살 문턱에 있다. 초고령 사회가 되어 곧 끝장날 것이라고 비관적인 생각으로 보면, 금방이라도 마을이 없어질 것처럼 보인다.

노령 인구가 많은 유럽의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알프스 산악지역 농촌을 가리켜 세계적 장수지역 또는 장수촌이라고 부른다. 앞다투어 농산보전을 지원하고 노인들은 농산어촌에서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내고 있다.

우리의 농촌도 고령화를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긍정적인 재해석이 필요하다. 장수마을로 쾌적한 농촌환경을 만들어 가족이 대를 이어 같이 살아가는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농업은 강도 높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지금 농촌은 어르신이 노동집약적인 일을 수행하며 농촌의 자연과 환경을 지켜내고 있다. 그들이 마을을 지켜왔고, 지금도 지키고 계신다. 그들에게 사회안전망의 확충을 통해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한편, 노인 존중의 사회풍토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은퇴하거나 쉰 살이 되어가는 시니어에겐 새로운 인생의 이모작을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직업이 필요하다. 청년에게는 가진 것이 없어도 경험과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자연스럽게 농업에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살기 좋은 농촌 마을을 만들어 가는데 중요한 것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내 나이 즈음인 쉰 살, 시니어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여 평생을 마을과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업이 필요하다. 나는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해남 간호학원 야간반을 보면 50대 중반을 훌쩍 넘은 학생도 있다. 나 또한 50살이 다 된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였다.

해남군에서 시작한 군비 간호조무사 야간반이 개설되었다. 해남의 청년 기준이 49살이므로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간호조무사 자격을 통해 초고령화된 비슬안 마을간호사 역할을 수행해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하였다. 실습과정 중에 가끔 혼잣말을 한다. "뭐하러 이러고 있다냐?"라고, 그래도 희망을 찾기 위해 열심히 과정을 즐기면서 고개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어렵고 낯설지만 시작한 일이니 끝까지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직, 우리 나이에 청년이 차지하고 있는 업종에 진입하는 것이 낯설고 어려운 탓일 것이다. 새로운 것에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청년이 턱없이 부족한 지금의 농촌에서는 시니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50대 시니어가 단순한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이 아니라,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면 보다 다양한 직업군이 형성되는 농촌이 될 것이다. 시니어 특유의 넉넉함과 배려는 새로운 직업을 수행하는 데 장점이 될 것이다.

50대가 70대가 되기까지는 20년의 세월이 있다. 직업이 20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이 쉰 살이라고 늦었다가 아니라, 이제 시작하면 20년을 할 수 있는 업이 생긴다는 긍정적 사고가 필요하다.

새로운 것이 낯설고 어렵지만 90살 넘게 현역에서 일하고 이제는 고인이 되신 한원주 의사 선생님도 계신다.

결코 늦지 않았다고 본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