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관 찾은 어르신 한글수업 열기
해남 꿈보배학교, 11개 읍면 26개 개설

▲ 평생학습관 2층에 위치한 꿈보배학교에서 어르신들이 문해교육을 받고 있다.
▲ 평생학습관 2층에 위치한 꿈보배학교에서 어르신들이 문해교육을 받고 있다.
 
 

"쪽빛 하늘, 따끈한 찜빵, 싱싱한 상추쌈…."

지난 11일 해남군 평생학습관 2층에 마련된 꿈보배학교에서 어르신들의 한글 교육이 한창이다. 2018년 시작돼 올해로 4년 차를 맞은 꿈보배학교는 '꿈을 보며 배우는 학교'라는 뜻의 성인 문해교육 과정이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자해득(文字解得)을 포함한 기초생활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평생교육 일환의 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서는 매주 월, 수, 금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씩 국어, 수학 과정과 휴대폰 조작법, 버스 티켓 발급 등 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한다. 수업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제작한 공통교재로 이뤄진다. 연초 등록한 12명 가운데 6명은 꾸준히 다닌다. 연령층은 60대에서 80대로 다양하지만 모두가 여성이다.

학습자 송모(64·송지) 씨는 자녀들이 수강 신청해 2019년에 이어 두 번째 이곳을 다니게 됐다. "오늘 아침에 들른 종합병원에서 이름, 전화번호 등을 자신 있게 등록해 흐뭇했다"며 "예전에 이름 석자를 겨우 쓸까말까 했는데 이젠 크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4남 1녀의 외동딸인 송 씨는 어머니가 장사하는 바람에 어릴 때부터 밥하고 아기(동생) 돌보느라 워낙 먼 거리의 학교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박모(71·해남읍) 씨도 올해 두 번째로 참여하고 있다. "읍사무소 등에 일 보러 가려면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쓰라고 할까 전날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며 "이제는 간판이나 표지판을 알아볼 수 있어 서울도 힘들이지 않고 혼자 다녀올 수 있다"고 말했다.

북평이 고향인 박 씨는 해남읍에서 줄곧 장사하면서 계산은 남 못지않게 할 수 있으나 한글을 제대로 몰라 평생 한으로 남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 주변에는 의외로 한글을 모르신 분이 많다. 창피해서 쉬쉬할 뿐이다. 읍사무소에 함께 가다가도 글을 모르는 게 들통날까 다른 데로 사라지는 모습을 여러 번 겪었다."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문해교육을 외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문해교육 과정을 모르거나, 늦은 나이에 배울 필요성을 못 느끼고, 창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남자들은 자존심 때문에 이곳을 찾지 않는다는 학습자들의 귀띔이다.

올해 처음 국어를 가르치는 김병주 강사는 "몇 년 전 통계이지만 한글을 모르는 국민이 전체의 7.8%인 300만~400만명에 이르고 농산어촌의 경우 20%에 달한다"면서 "오늘로 45회째 교육을 하면서 어르신들이 한글을 익혀나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되고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평생학습관 정현아 주무관은 "매년 1월 중 문해교육 학습자를 모집하고 있으나 어느 때나 신청하면 수업이 가능하다"며 "많은 어르신들이 참여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남에서는 평생학습관을 비롯 11개 읍면(삼산·옥천·계곡면은 신청자가 없어 교육과정 미개설)에서 26개 과정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3년간 130여 명의 어르신들이 문해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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