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확(해남군의원)

 
 

지난 7월 12일 우리 군을 포함한 전남 8개 시군과 광주광역시 전 지역에 독점적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해오던 ㈜해양에너지가 대표적인 투기자본 기업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에 매각됨에 따라 공공재가 투기자본의 이윤 극대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지역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13년부터 우리 군에 공급되기 시작한 도시가스는 난방 등을 위한 에너지로 군민들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공재화이다. 도시가스 공급시설과 공급망은 모든 군민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로 적정가격에 안전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투기자본 맥쿼리가 해양에너지를 소유한 이상, 공공재의 기능이 유지될 수 있을 지는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 군에 도시가스를 공급해오던 해양도시가스는 1982년 설립된 향토기업으로 그동안 지역 일자리 창출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발전의 큰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2001년 GS에너지에 인수된 뒤 2018년 12월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이하 '글랜우드')'에 지분 전량을 4899억 원에 매각되고 ㈜해양에너지로 회사명이 변경되었다.

나아가 GS에너지를 인수한 사모펀드 투자 전문회사인 글랜우드는 2021년 6월에 투기자본 기업인 맥쿼리에 해양에너지를 매각하면서 경북지역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서라벌도시가스까지 포함, 총 6160억 원에 두 회사를 소유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 맥쿼리는 글랜우드와 8200억 원으로 추정되는 금액으로 매각을 완료한 상태이다. 이로써 소수의 투자자로 구성되어 특정 기업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사모펀드 글랜우드는 2년여 만에 무려 2000억 원이 넘는 차익을 거둬들였으며, 투기자본 기업인 맥쿼리 또한 2012년에 강남도시가스를 588억 원에 매입한 후 4년간 475억 원을 배당금으로 챙기고 2016년 4월 귀뚜라미홈시스에 1300억 원에 되팔아 이윤을 챙긴 전력도 있다.

이처럼 군민의 공공재가 사모펀드와 국제 투기자본에 매각되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으며 광주 제2순환도로를 운영하면서 광주시로부터 수천억원의 막대한 재정지원금을 챙기고 있는 맥쿼리가 과거 순환도로 운영 사례를 재현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광주순환도로는 2003~2004년 임의로 자기자본 비율까지 29.91%에서 6.93%로 낮추면서 맥쿼리에서 2000여억 원의 돈을 빌린 뒤 10~20%의 이자율을 적용해 10년 동안 이자만 1410억 원을 지급했다. 통행수익에 비례해서 국가 보조금이 지급되는 구조를 악용한 것이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맥쿼리가 도시가스 독점 공급권을 소유할 경우 대규모 시설 투자를 빌미로 고이율의 돈을 자회사에서 차입해 이를 갚는다는 명분으로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시도할 것이 분명하다. 이윤추구를 위한 노동의 외주화는 불 보듯 뻔할 것이며, 이는 나쁜 일자리가 생겨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맥쿼리의 인수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양질의 도시가스를 적정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고, 공공재가 투기자본의 이윤 극대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치밀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매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의 도시가스 소매 공급비용이 전남도 소비자정책심의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해남군은 군민의 공공재인 도시가스가 투기자본의 이윤창출 도구가 되지 않도록 광주광역시를 포함한 전남 8개 자치단체와 함께 맥쿼리 인수에 대한 공동 대응을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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