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금(전 서울시의원)

 
 

오는 18일은 김대중 대통령 서거 12주년 추모일이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아주 특별한 추모일이 될 듯싶다. 왜냐하면 내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서 컷오프를 통과한 6명의 후보자들이 김대중, 노무현 전직 대통령에 대해 엇갈리는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현 정부의 최고 권력기관인 검찰과 감사원의 수장을 그만 둔 두 사람이 정부를 비판하는 후보에 가세하므로 흥미로운 선거가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나는 김대중 대통령 추모일에는 상하권 1350쪽의 '김대중 자서전'을 뒤적이며 하루를 기리는 습관이 생겼다. 재임 시절의 수많은 사진을 보노라면 감옥에서 1만4000자를 쓴 관제 엽서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처음 만나는 장면은 지금도 가슴 뭉클하다. 또 햇볕정책이나 남북화해 같은 귀에 익었던 정책이나 업적 또는 연설문에서는 아직도 코끝이 찡한 감동이 있다. 이는 비단 나 혼자만이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하며 따랐던 많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는 우리가 한세상을 살면서 사람만큼 영향력 있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는 "사람이란 결국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자극받고 도전하여 창조되는 존재"라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가슴에 멘토를 품고 산다. 멘토는 마치 밤하늘에서 나그네의 갈 길을 안내하는 별처럼 가까이는 부모님에서부터 초·중·고등학교 시절의 선생님일 수도 있고 혹은 위인전을 읽다 문득 가슴에 새겨진 주인공일 수도 있다.

멘토란 그리스 신화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에서 유래한 말로 누군가 현명하여 신뢰할 수 있는 상담자, 지도자, 혹은 스승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나의 멘토는 김대중 대통령이다.

성경에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하여 새로운 삶을 개척하며 살았듯이 나는 '출해남'하여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고난과 핍박의 상징 야당 정치인 김대중의 장남 홍일이의 친구가 되어 집안을 자주 들락거리면서 친구 부모님을 자연스럽게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두 분의 언행에서 정치, 역사, 철학, 문학 등 방대한 지식의 숲에 갇혀 살게 되었다. 또 김대중 대통령의 아주 특별한 근면, 인내, 친절, 겸손과 같은 사람의 관계를 다스리는 법까지 배웠다.

결국 오늘의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멘토가 된 김대중 대통령 내외분의 절대적인 영향과 도움이었다. 그나저나 우리가 모두 알고 꼭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지난 7월 22일 자 한겨레신문 7~8면에 게재된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 씨와 유씨엘에이 대학의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충격적인 대담 내용이다.

'총,균,쇠'의 저자로 더 유명한 문화인류학자 다이아몬드 교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인류 문명은 30년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핵무기, 기후변화, 자원고갈, 불평등의 네 가지 위기에 대한 경고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구나 이 네 가지는 선후를 가릴 것 없이 동시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변화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리더는 변화를 만들 수 있고 세상에는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가 있으니,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최고의 리더를 알아맞혀 보라고 충고하고 있다.

우리 모두 좋은 리더를 선별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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