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남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행정기관의 문서에 키워드가 된 지 오래다. 몇 개월 전 최종 보고된 '2030 해남군 종합발전계획'에도 1부에서 4부까지 '기후위기 대응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소제목을 포함해 44개, 5부 사업계획에 81개 총 125개가 등장한다. 종합보고서 입수는 언감생심이고 대신 주민참여연구위원으로 활동한 덕택에 요약본은 받았다. 다행히 파일로 받은 PDF 파일을 검색한 결과다.

사실 빅데이터라는 단어는 2013년 세계적인 스타인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절제 수술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의구심과 호기심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유방암과 난소암을 가족력으로 갖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와 이모 등이 이러한 병력을 갖고 있었다. 그녀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였으니 그러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의료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과 연구, 그리고 투자가 가속도가 붙었다.

대학의 통계학과나 전산학과가 빅데이터 전공자를 양성하기 시작했으며 기상청의 '날씨 빅데이터 콘테스트'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문화관광 빅데이터 분석대회' 등 재학생들과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대회가 열렸다. 몇 해 전 기상청 콘테스트에서는 전남대학교 재학생들이 팀을 이뤄 광주 날씨에 따른 광주구장에서의 특정 프로야구 선수의 타율에 관한 주제로 입상한 적이 있었다.

지난해 7월 명현관 군수는 해남군이 비교우위에 있는 농업 분야의 농수산물 온라인 비대면 거래 확대, 농업 빅데이터 수집 및 데이터 인프라 구축, 과학영농시설 디지털 관리시스템 구축 사업 등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페이스북에 포스팅했다. 이어 12월에는 전남대 자체 연구기관인 빅데이터센터와 친환경농업연구소, 기후변화대응농생명연구소 등을 연계해 디지털·그린 뉴딜사업의 정책 자문 등을 협력할 계획으로 업무 협약식을 맺었다.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농산물 빅데이터만큼 힘든 분야는 없다고 한다. 원천자료가 노이즈(부실자료)가 많다는 것이다. 농업조사는 한때 통계청과 농촌진흥청이 공동조사를 하다가 통계청만 하는 걸로 알려졌다. 돈이 많이 드는 조사라 농업경영체 표본조사만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서도 2015년까지는 시·군 단위까지 했지만 이후 시·도 단위로 범위를 넓혔다. 그것도 통계청과 농업진흥청의 자료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어 일부 자료는 공표조차 안 하고 있어 시·군이 직접 조사에 나서기도 한다는 것이다.

무안군의 경우 양파에 대해 의향조사와 수확량의 개별조사를 하면서도 공표는 안 한다. 가격파동의 위험성 때문인 듯하다.

해남도 태풍, 폭우 등 재해 피해나 병충해 피해까지도 빅데이터가 절실하다. 공표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군정에만 반영하면 된다.

해남군이 집중하고 있는 관광의 경우도 빅데이터가 중요하다. 코로나19 이후에 변화한 소비자 성향과 여행 소비 패턴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이나 기사 검색으로 나온 여행 키워드가 빅데이터인 것처럼 둔갑해서는 안 된다. 신용카드사용 데이터, 통신사 왕래 데이터를 판매하는 걸로 알고 있다. 실제 연령대별로 소비현황이 담겨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데이터를 구입해 분석하고 활용하기 위한 전문가가 있는지는 해남군이 답할 일이다. 없다면 특별채용도 서둘러야 한다. 구인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오픈소스 프로그램인 R프로그램이라도 다룰 수 있고 설계할 수 있도록 기존 근무자들이라도 교육시켜야 한다.

빅데이터는 활용하는 자의 차지다. 보고서의 키워드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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