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술(기본소득국민운동 해남본부 상임대표)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가 들어온 이래 우리 사회는 갈수록 양극화되고 부동산 서열화도 극심해지고 있다. 어느 시대나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었지만, 문제는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다리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건강한 사회에는 계급이동 사다리가 있다.

우리 사회에는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자리를 이어줄 평화적 사다리가 필요하다. 도시에도 마찬가지이다.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열린 공간, 그런 공간에서 대화가 되고 서로를 이해할 때 구성원 간 친밀도를 높여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그런 공간이 우리 주변에 많아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사회적 긴장감은 커지고 폭력이 정당성을 가진다.

'현명한 자는 다리를 놓고 어리석은 자는 벽을 쌓는다'고 했다. 우리가 한창 성장하고 발전할 때는 다리를 건설했다. 하지만 지금은 담을 쌓는다. 아파트는 점점 차단된 성이 되어간다. 다리는 이웃과 소통하겠다는 의지이다. 성을 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만드는 자는 흥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도시를 더욱 소통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웃지역과 걷고 싶은 거리로 연결될 때 경계는 허물어지고 격차는 줄어들 것이다. 소통을 늘리고 지역의 개성을 찾아가면서 지역 편차와 상대적 박탈감을 줄일 수 있도록 도시를 계획하고 공공사업이 그 역할을 하여야 한다. 커피숍이 늘어나고 있으나, 우리는 공짜로 머물 수 있는 장소가 없다. 광장의 소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인 남태평양 이스타섬에는 모아이석상이 있다. 이곳 사람들은 자기과시를 위해 석상을 만들었다. 경쟁이 과해져 삼림을 모두 없애고 석상을 만들다 멸망했다. 두바이는 세계적인 최첨단, 초고층 건축물로 이목을 끌었지만 세계 최고층 부르드할리파 완공과 동시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였다. 과시가 심해지면 사회가 망한다.

현시대의 모아이 석상은 무엇일까? 아마 쓸데없이 크게 짓는 고층 건물일 것이다. 과도하게 능력을 넘어 건축물에 투자하면 사회적 불균형이 생겨 조직이 붕괴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제 우리 도시는 개발과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와 자전거가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는 걷기 쉽고 걷다가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야 한다. 도로는 보행자 중심으로 그 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보통 집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공원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공원이 가까이에 많이 있어야 하고, 공원은 마을 도서관과 연결되어 도서관에서 책도 구경하고 조용하게 앉아서 쉴 수 있어야 한다.

인구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도시는 소통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어르신 놀이터가 꼭 필요하다. 고령자와 은퇴자들의 음악, 문화, 예술 등 취미생활을 돕고, 건강을 돌보고 노후의 삶을 즐길수 있는 열린 공간이 있어야 한다.

동네 공원에 희망의 숲을 만들자. 동네공원에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의 나무를 심자. 그 나무와 함께 아이가 자라면 해남의 희망이 커나갈 것이다. 우리 동네에 남아있는 골목길은 우리 도시의 갯벌과 같은 존재다. 우리는 차로변을 걸으면 황량한 느낌이 드는 반면 골목길을 걸으면 주변이 포근히 안아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도시는 유기체다. 궁합이 잘 맞으면 상승효과를 얻어 전체도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궁합이 안 맞으면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 해남은 인간 친화적인 생태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 지역민들의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공원과 도서관, 걷고 싶은 골목이 있는 살아 숨쉬는 도시로 만들어나가야 하고 이것이 해남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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