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로예술인' 등록된 북일 이양삼 씨

▲ '원로예술인' 이양삼 씨는 고희를 맞은 요즘에도 하루 3~4시간씩 서각 작품활동을 한다.
▲ '원로예술인' 이양삼 씨는 고희를 맞은 요즘에도 하루 3~4시간씩 서각 작품활동을 한다.
 
 

30대 중반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입문 20년… 국전 대상 받아 큰 보람
자택에서 하루 3~4시간 작품 활동

"서각은 장애를 이겨내는 버팀목이 됐습니다. 서각을 만나면서 사회에 복귀하고 보람도 되찾게 됐습니다."

한국서각협회 해남지부장을 10년 가까이 역임한 이양삼(70) 씨가 지난 10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원로예술인에 등록됐다. 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의 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으로, 만 70세 이상 예술인 가운데 '원로예술인'을 선정한다. 

이 씨는 잠시 손을 놓았던 서각칼을 지난해 다시 잡았다. 2년 전 욕창으로 5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면서 공백기를 가졌다. 칼의 감각이 무뎌지기도 했지만 이젠 북일의 자택에서 하루 3~4시간 작품활동에 몰입한다. 

그는 30대 중반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하반신 마비의 중도장애인이다. 갈비뼈가 척추를 누르면서 장애로 이어진 것. 한창 일할 나이에 당한 사고는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컴퓨터 교육 등을 받으며 그럭저럭 세월을 보내다 51세 때 처음으로 서각을 접하게 됐다. 송태정 목사의 지도를 받으면서 잠재된 서각의 재능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서각에 입문 한 뒤 숱한 입상 경력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2009년 제27회 한국예술대전(국전) 서각부문 대상을 차지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대상 수상과 해남의 서각분야를 활성화시킨 공로로 해남군으로부터 표창장도 받았다. 

그는 해남의 서각 발전에 남다른 발자취를 남겼다. 전국 군 단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서각협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서각협회 해남지부를 창립하고 각종 전시회 개최와 후학 양성에 힘썼다. 장애인복지관에서 강사로도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예술인에게 영예스러운 국전 서각부문 심사위원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휠체어에 의지하면서 행사 진행에 불편을 끼칠 게 우려돼 정중히 사양했다. 

이 씨의 작품은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명현관 군수의 명패도 그의 작품이다. 전임 해남군수를 비롯 이정우 전 해남진도축협 조합장 등 기관장의 명패를 수없이 만들었다. 대흥사 일주문 현판을 비롯해 강진 무위사 등 사찰 곳곳에도 그의 작품이 걸려있다. 

"서각은 복합예술입니다. 구도를 잡아야 되고 색채와 글씨가 들어가야 합니다. 서각은 자신을 다스리는 데 가장 적합할 뿐 아니라 분노와 슬픔을 잊게 하고 쉽게 몰입되는 예술입니다." 자신의 삶을 되찾아준 서각에 대한 예찬이다. 그러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많은 중도장애인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했다. 서각은 집중력이 필요하고 세밀한 작업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힘이 닿는 때까지 작품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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