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해남고 교사)

 
 

세계는 지금 분쟁 중이다. 오랫동안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아프가니스탄 전쟁, 지금은 휴전협정 발표상태인 일명 '5월 전쟁'이라고 불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분쟁, 미얀마 군부 쿠테타로 인한 민주항쟁 등 세계 곳곳에서 적지 않은 나라가 크고 작은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수없는 분쟁과 전쟁을 겪었으며 지금처럼 전쟁 없는 평화 시기를 50년 이상 지속한 경우는 대한민국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 학생들은 어떠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행동하는지 궁금했다. 

우리 학교에는 10개 동아리가 민주시민 동아리 연합으로 결성되어 있다. 여기에 소속된 학생들이 얼마 전 성명을 발표하였다. 바로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지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반대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성명 발표 전 먼저 학교 곳곳에서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 동아리 학생들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스스로 활동을 기획하고 홍보를 위한 포스터와 피켓을 제작하였으며 점심시간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응원하는 메시지 적기,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저지 서명 운동하기 캠페인을 벌였다. 이 활동을 통해 해남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하고 이에 덧붙일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인 행동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해남고 학생의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또한 성명 발표 이후 원전수 방류 반대 서명과 의견들을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전달하고 SNS상에서 해시태그 운동을 펼치는 등 후속 활동이 계속 진행 중이다. 시대와 세계에 대한 자기성찰과 연대의식을 보여주는 이 활동으로 불평등한 세상에 대한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민주시민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역량을 갖춘 우리 학생들이 더욱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학교는 무엇을 갖춰야 하고 지원해줘야 할까?

먼저 우리 학교가 학생들의 자치능력을 인정하고 학생 중심의 학교문화가 형성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학생회라는 학생자치기구가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자치활동은 미비하다. 학생을 자치의 주체로 존중하는 분위기이지만 입시 준비를 위해 참여 활동을 유예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 자치 활성화를 위해 문제의 자발적인 해결을 중심에 두고 학급과 학교의 일을 학생들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는 학급 회의와 학생회의 시간 확보는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다양한 학생자치 활동 운영을 장려하고 학생자치 기구에 대한 행·재정상의 지원을 확대하여 실질적인 학교 운영의 참여 기회를 마련하자. 또한 학교운영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서 학생들의 주체적이고 실질적인 의사결정 참여를 위해 학생회 대표가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주기적인 생활협약 재개정에 학생들이 공동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민주시민 육성이라는 목표는 사실 교과교육을 통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며 자율과 연대의 분위기가 정착되면 그 속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레 민주시민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 그것이 민주시민 교육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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