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은 각종 식물자원을 발굴해 전시함으로써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자연학습 체험장이다. 그래서 식물마다 이름표를 붙이고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우리나라 수목원의 효시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서울대 수원수목원이다. 산림청이 조선 세조가 묻힌 광릉숲(경기 남양주·포천 일원)에 80년대 중반 조성한 국립수목원은 익히 알려져 있다. 전남도가 만든 완도수목원도 난대림의 대표 수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수목원이 자연과 어울리는 힐링공간으로 주목받은 지는 오래다. 코로나19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자본력(?)을 앞세워 수목원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남에는 두륜산 서쪽 자락인 현산 황산리에 개인이 운영하는 4est수목원이 있다. 규모에서 국공립의 수목원에 비할 바 못 된다. 그렇지만 화초에 특화된 수목원으로 200여 종의 수국은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은 김건영(66) 원장과 아내 이경애 씨의 정성과 땀이 배어 있다. 산이 출신인 김 원장은 대학에서 식물학을 전공한 뒤 수도권 골프장에서 20여 년간 관리업무를 하면서 조경과 식물에 대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종합건설회사를 인수해 4년간 경영도 해봤다. 그는 2년간의 휴직기간에 수목원 조성의 꿈을 키웠다. 고향인 해남에서 부지 물색에 나서 2015년 지금의 자리를 매입하게 됐다. 6만여 평의 골짜기에 14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을 식재하고 2019년 4월 문을 열었다.(정식 영업은 6월)

'4est'의 이름도 숲을 뜻하는 포레스트(forest)가 연상되지만 star(별), stone(바위), story(이야기), study(배움)라는 4개의 의미를 담았다. 

민간이 운영하는 4est수목원이 짧은 기간에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힐링명소로 자리잡은 것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8000여 그루의 다양한 여름꽃 수국과 목수국-팜파스그라스-핑크뮬리로 이어지는 향연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한 달간 2만5000명이 시골의 외진 이곳을 찾았다. 많은 관광객을 해남에 끌어들임으로써 경제적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수국이 만개하던 지난달 중순에 이어 수마가 할퀴고 간 이곳을 한 달 만에 다시 찾았다. 이달 초 현산 일원에 이틀간 500㎜가 넘는 폭우가 덮친 상흔이 고스란히 남았다. 계곡과 탐방로는 깊이 패고 돌과 바위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명물인 철로도 끊어지고 특허를 낸 수국화분 150여 개 중 100여 개가 유실됐다. 유실된 수국의 가치가 1개당 100만원을 넘는다. 영업손실과 복구비 등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4est수목원이 문을 연 지 2년 3개월 만에 큰 위기를 맞은 것이다.

다행히 수마의 상처를 치유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수목원 측은 하루빨리 복구작업을 마치고 이달 말 부분개장에 이어 9월부터는 정상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밀려드는 관광객들의 요청을 외면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남군도 이번 홍수를 견뎌내지 못한 계곡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4est수목원이 사유시설이긴 하나 해남의 자랑이자 자산이기도 하다. 이번 아픔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하루빨리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은 수목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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