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미국 하와이나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시간은 반대노선보다 보통 2시간 정도 덜 걸린다. 런던을 오갈 경우엔 올 때 비행시간이 더 짧다. 이는 비행고도인 9~10㎞의 상공에 서쪽에서 동쪽으로 일정하게 부는 편서풍인 제트기류라는 뒷바람을 타고 가기 때문이다.

제트기류는 지구의 자전과 위도별로 차이가 나는 대기의 가열로 생긴다. 제트기류의 속도는 극지방과 열대의 온도 차가 클수록 빨라진다. 그래서 여름보다 겨울철에 훨씬 더 강한 바람이 분다. 제트기류는 중위도 지방에서 찬 공기와 더운 공기를 고루 섞어 순환시킴으로써 기온을 조절해주는 강력한 공기 흐름이다. 제트기류가 없다면 대기층이 골고루 섞이지 않아 기온이 너무 낮거나 높게 된다. 우리가 적당한 기온에서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존재이다.

이런 제트기류에 이상기류가 흐른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약해진 것이다. 느슨해진 제트기류는 겨울철 북극의 찬 공기를 막는 방패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우리나라까지 밀려나 혹한의 빌미를 제공한다. 반대로 여름에는 뜨거운 바람에 밀려 북쪽으로 올라간다. 그러면서 대기 상하층에 더운 공기로 들어차는 고기압이 형성되고, 이번엔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오지 못하도록 한다. 고기압이 정체되면 지상의 더운 공기가 옴짝달싹 못하면서 열돔(熱+dome·반구형의 둥근 지붕) 현상이 지속된다. 최근 북미를 강타한 살인적인 폭염의 원인이다.

지구 온난화가 지상에서 '대기 정체'를 불러일으키고 이게 기후변화의 한 줄기인 폭염과 혹한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또 다른 결과물은 해수면 상승이다. 바다에 떠 있는 북극의 빙하는 녹더라도 해수면 상승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염도 때문에 물의 부력이 커져 원래보다 약간 더 떠올라 있는 만큼 바다 부피를 더한다. 하지만 남극이나 그린란드 등 육지에 있는 얼음이 녹으면 고스란히 해수면을 높이게 된다. 여기에다 바다의 수온이 오르면 체적도 팽창한다. 사실 이게 더 심각하다.

39년 만인 7월에 찾아온 늦은 장마가 1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장마전선은 북쪽의 한대성 기단과 높은 온도와 많은 습기를 머금은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힘겨루기를 하는 정체전선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더욱 발달해 한반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장마도 끝난다.

이번 지각 장마와 지난해의 역대 최장 장마는 우리나라 상공의 대기 정체와 관련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북극 찬 공기를 가두는 제트기류 힘이 약해졌고, 이는 대기 흐름이 막혀 한 곳에 정체되는 블로킹(blocking)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장마가 끝나고 북미처럼 더운 공기가 갇힐 경우 열돔 현상에 따른 최악의 폭염을 맞이할 수 있다.

우리는 기후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두 번 나타나면 기상이변, 이상기후라고 하지만 상시적일 땐 기후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폭염, 혹한, 가뭄, 폭우 등이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다. 엊그제 해남에는 5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시간당 60㎜가 넘는 비가 내려 7월의 하루 강수량과 1시간 최다 강수량을 갈아치웠다.

이젠 기후변화라는 큰 틀에서 대비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누굴 탓할 것도 없다. 단기간의 날씨변화가 아닌, 기후변화의 시대에서 땜질처방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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