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근(해남군의회 의원)

 
 

'해남문학'하면 고산 윤선도를 중심으로 한 시조문학의 성지가 떠오른다. 해남읍 연동리 고산의 본향을 중심으로 국가문화재 등 소중한 문화유산이 잘 관리되고 전시되면서 많은 문학도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우리 해남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해남의 학문적 영향력을 보면 금남 최부로 시작되어 해남학맥의 비조라 말한다. 나주에서 태어난 최부는 해남 정씨를 부인으로 맞아 처가인 해남을 근거지로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그는 윤효정, 임우리, 유계린 등을 가르쳐 귤정, 행당, 고산, 석천, 미암 등 당대를 풍미했던 걸출한 인물들이 해남에서 나오게 되는 단초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금남은 고려조 충신 야은 길재, 점필재 김종직으로 이어 내려온 유학의 맥을 해남에 뿌리 내리게 했다. 이런 찬란한 자원은 고산의 유명세에 가려져 그 빛이 조명되지 못하고 있었다.

필자는 중국 관광에서 고려사관을 관람한 적이 있었다. 금남 최부 선생의 초상화와 표해록 등이 잘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 지역에 또 다른 문학관의 필요성을 갖도록 한 계기가 된 것이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문학관의 명칭과 건립 방향을 정립하는 데 다양한 의견을 모았다.

해남과 땅끝은 전국적으로 하나로 각인되어 지역적 상징성에 부합된다는 의견과 학문 활동의 역사성을 담아내는데 충실하되 생가를 중심으로 특화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2000년도가 시작되면서 땅끝해남은 국토순례의 일번지로 큰 바람을 일으켰다. 해남을 찾고 배경 삼아 학문 활동을 한 문화순례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땅끝순례문학관의 명칭이 고심 끝에 탄생하게 된 것이다.

초의 문화제는 대흥사에서, 고산과 공재 문화제, 김남주와 고정희 문학제는 생가와 고향마을을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그 위치와 내용만을 문학관에 소개해도 찾아가는 명소가 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문학순례벨트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해남 연동에서 삼산면 김남주, 고정희 생가, 현산 공재 생가, 금쇄동, 대흥사 등을 연결한 올레길은 어떨까?

우리는 외국여행에서 유명예술가들의 생가와 고향을 찾은 적이 있다. 그 작가의 혼과 작품성 등이 고스란히 담긴 의미에서 대단한 상징성이 있었다. 우리 지역에도 다양한 문학장르의 사후작가들이 있다. 그래서 시와 시조, 소설, 희곡 등을 아우르는 문학관으로 검토되었다.

특히 전시관은 생존작가에 대한 전시는 많은 검증을 거쳐 기록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사후 인물 중심으로 수립하였고 생존작가들은 기획전시실을 활용하는 것으로 계획했는데 추진 과정에서 변경된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 하겠다.

땅끝순례문학관이 개관되어 부단한 노력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많은 문화행사들이 있지만 다른 지역과의 경쟁력과 차별화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들 말한다. 왜 그럴까?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 전에 한 번쯤 되돌아보며 가다듬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명칭, 전시 등의 변경에 다양한 의견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당초 계획한 대로 해남학문의 소중한 자산들을 알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사명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 지역의 학문을 선도하고 계신 분들의 몫이요, 더 큰 역할일 것이다. 함께 아름다운 글을 노래할 때 군민들로부터 박수와 사랑을 흠뻑 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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