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내용 등 타기팅 없이 운영
전시 퇴색해 콘텐츠 재점검 필요
종교색채·송지 연상되는 명칭도

땅끝순례문학관이 개관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전시 기능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명칭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문을 연 땅끝순례문학관은 지하 1층에 조선시대부터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해남을 대표하는 문학인들을 소개하는 상설전시관과 1층에 기획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땅끝순례문학관은 해남 작가들을 조명하는 시콘서트와 문학페스티벌, 손글씨 공모전은 물론 백련재에 상주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 문학작가들과 연계한 시와 소설 등 창작반 운영과 토크 콘서트 등으로 프로그램 면에서는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본래 취지인 전시 기능은 변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당초 문학관은 해남 출신으로 작고한 이동주, 박성룡, 김남주, 고정희 시인의 생애와 작품세계, 유품 등을 집중적으로 전시하고 전국에 알리는 것이 기본 설립 취지였다. 그러나 조선시대부터 근대, 현대는 물론 현재 활동 중인 문학인들과 문학회까지 상설전시관에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며 해남만의 특징이나 문학관이 갖는 주제는 고사하고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무엇을 보여주려는 전시관인지 타기팅도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문인들이나 문학회는 자신들에 대한 내용도 전시관에 넣어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반면에 일부 문인들은 작고하신 분이 아닌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전시관에 포함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자신에 대한 내용을 빼달라고 요구를 하기도 했다.

명칭과 관련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땅끝순례문학관은 해남을 상징하는 '땅끝'과 시문학의 성지인 해남을 순례하듯 찾아온다는 의미에서 '순례'라는 이름을 결합했다. 그러나 명칭에 땅끝이 있다 보니 송지면 소재인 땅끝에 있는 곳인지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순례라는 단어에서는 종교적 색채가 강해 무슨 전시관인지 명칭에서 또렷이 드러나는 내용이 없는 상황이다. 개관 초기에도 문제가 지적돼 명칭 변경이 검토됐지만 그 뒤 흐지부지됐다.

김남주기념사업회 김경윤 회장은 "땅끝이나 순례라는 단어에서 오는 불명확성 때문에 문학관이 어떤 곳인지 모르겠다는 말들이 많은 실정이다"며 "강진시문학파기념관처럼 해남시문학관 등으로 바꿔 대상이나 내용을 분명히 나타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예총 해남지회 박태정 회장은 "작고한 네 분을 중심으로 작품이나 유품 등을 추가해 각각 네 개의 기념관으로 상설전시관을 새로 꾸미고 기획전시실에서는 현재 활동 중인 해남 문인들과 문학회, 전국의 작가 초청전을 돌아가면서 열어 문학관의 주제나 내용을 특정화하고 콘텐츠를 다양하게 꾸몄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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