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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뒤안길에 선 의경
양동원 편집국장  |  dwyang9@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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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02  2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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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와 90년대 대학가는 민주화 운동과 교육투쟁(등록금)으로 혼란기를 겪었다. 희뿌연 최루가스와 돌멩이가 시위 현장을 지배했다.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진압에 나선 전경(전투경찰)은 또래이다. 돌멩이와 화염병, 최루탄, 방패 등이 뒤엉킨 전장에서 맞선 젊은이의 모습은 시대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전시장이기도 했다.

당시 시위대를 진압하고 체포하는 임무를 맡은 백골단이라는 별칭을 가진 사복중대가 악명을 떨쳤다. 대오를 맞춰 진압하는 일반 전의경과 달리 이들은 가벼운 복장으로 종횡무진 누비면서 시위대를 흩뜨려놓았다. 백골단(白骨團)이라는 이름은 주로 흰색 헬멧(화이바)을 썼기 때문에 붙여졌다. 직업경찰과 전의경으로 구성됐으며, 시위가 격렬했던 광주와 전남의 백골단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했다. 1991년 4월 명지대생 강경대가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이러한 사복중대는 시위환경이 변하면서 점차 축소·해체 수순에 들어가 2000년대 들어 더 이상 백골단으로 불리지 않게 된다.

70~90년대 시위진압의 일선에는 전경이 자리했다. 전경은 1971년 대간첩작전 수행과 치안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훈련소에서 차출됐다. 80년대 이후에는 노동·학생운동이 확산되면서 주로 시위진압에 투입되었다. 의무경찰(의경)은 1983년 생겨나 범죄 예방활동과 교통질서, 청사 방호를 맡다가 2013년 9월 마지막 전경이 전역하면서 시위진압 업무를 떠안게 됐다.

의경도 오는 2023년이면 40년 만에 사라지게 된다. 마지막 의경 선발시험이 엊그제 진행됐다. 광주에서는 11명 선발에 326명이 몰려 29.6대 1, 전남에서는 7명 모집에 188명이 접수해 2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번에 선발된 의경은 1141, 1142기로 나뉘어 오는 10, 11월 입영해 18개월을 복무한 뒤 2023년 4, 5월에 전역하게 된다. '은색 무궁화 봉오리' 계급장인 의경은 그동안 378회의 선발시험을 통해 49만9000명(마지막 329명 포함)이 배출됐다.

의경이 되기 위해 재수, 삼수가 다반사일 정도로 입영대상자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의경 고시'라는 말도 생겨났다. 도심과 인접한 지역에서 근무하고 휴무에 따른 외박 등 복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았기 때문이다.

의경 폐지는 출산율 저하와 맞물린다. 현역 입대자 부족 현상이 점차 심화된 데 따른 조치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의경을 모집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에 따른 업무 공백은 경찰관 기동대 신설과 청사 방호 전담 인력 채용 등으로 채워진다.

의경으로 복무한 경험을 책으로 엮어낸 '금수저 의경 일기'(금중혁)가 한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저자는 2016년 시위 현장에 출동해 바로 옆 카페에서 얘기하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이렇게 적었다. '다섯 걸음이라는 간격을 두고 이곳은 전쟁터였는데 저쪽은 우아한 일상의 한순간이었다.' 시위 진압의 최일선에 선 젊은이가 또래를 보며 느끼는 고충이 새겨있다. '성씨' 덕분에 주변에서 금수저라는 놀림을 받았다는 저자는 나중에 아버지(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때문에 복무 중에 진짜 금수저라는 시선을 받았다고 했다. 전경과 의경으로 시위 현장에서 또래와 대치해야 했던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었다. 이런 시대의 아픔도 2년이 지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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