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수기 비에 습도 높아져
쭉정이 많아 품질 떨어져

봄에 파종한 밀의 수확을 앞둔 농가들이 맥류 붉은곰팡이병이 발생하면서 품질이 떨어지고 수량마저 감소하고 심한 지역은 수확을 포기해야겠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해남 들녘을 지나면 노랗게 익어가는 밀밭이 눈에 띄지만 가까이 가보면 속이 빈 쭉정이와 이삭들 사이가 붉은빛을 띠는 곰팡이가 슬어있다. 수확해도 섭취할 수 없고 가축 사료로도 팔 수 없는 상황이다.

군에 따르면 밀 재배면적 1182ha 중 약 240ha에서 붉은곰팡이병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붉은곰팡이병은 봄에 파종한 필지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황산면과 산이면에서 발생량이 많았다. 수확을 시작한 가을 파종에서는 발생량이 적어 봄 파종한 384ha 중 60% 이상이 붉은곰팡이병으로 피해를 입었다.

붉은곰팡이병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봄에 파종한 밀의 출수기인 5월 중순 2~3일 연속으로 비가 내리고 기온이 오르면서 습도가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붉은곰팡이병이 발생하면 낟알 사이와 겉껍질 등에 붉은색 곰팡이가 나타나고 이삭 위로 하얀색의 곰팡이가 뒤덮는다. 붉은곰팡이병에 걸린 밀을 섭취할 경우 사람이나 가축은 구토와 복통을 유발하기 때문에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농촌진흥청에서 해남을 비롯한 전남과 전북, 경남 등 맥류 재배지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병이 든 이삭이 많이 나타났다. 올해 병든 이삭률은 전남 3.4%, 전북 5.6%, 경남 10.5%로 지난해 각각 0.5%, 0.2%, 3.2%보다 높게 나왔다.

밀의 경우 수확기가 가까워지면 안전사용기준에 맞는 약제가 없고 한번 감염되면 방제를 해도 효과가 없어 농가의 수익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맥류 수확은 반드시 맑고 건조한 날에 이삭이 잘 마른 것을 확인한 뒤 보관해야 한다.

산이농협 김애수 조합장은 "정부에서 밀 산업 육성을 위한 수매를 진행하며 농가의 판로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었는데 병해충이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농협에서 농가들과 190ha 가량을 계약재배했지만 수확이 힘들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농가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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